한평생 양말, 의류, 건어물 등을 방문판매해온 공순규할머니.
대구시에서 예산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인 대구여성가족재단이 6일 보험, 화장품, 요구르트 등 한평생 방문판매에 종사해온 여성들의 애환을 담은 책 <대구 방문판매 여성>을 펴냈다.
이 책에는 강복순(86·보험), 공순규(85·양말, 의류, 건어물), 김옥순(92·수입화장품, 수입옷감), 박백합자(81·화장품), 석명분(78·화장품), 정태극(69·야구르트) 등 방문판매를 생업으로 해온 여성 6명이 등장한다. 공순규 할머니는 1979년 양말판매를 시작으로 장사의 길로 들어선 뒤 평소에는 양말, 의류 등을 팔고 설을 쇠고 나면 건어물을 싣고 다니며 팔았다. 70살∼80살까지는 대구 오일장을 중심으로 건어물을 판매했으며 80살때 장사를 접었다. 일본에서 태어난 박백합자 할머니는 1979년 처음으로 집집마다 다니면서 화장품을 판 뒤 13년동안 방문판매를 해오다 교통사고를 당해 그만뒀다. 박 할머니는 이 책에서 “화장품 가방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다 도둑누명을 쓰기도 했다. 당시 물건값을 주지 않고 이사를 가버린 집이 많아 고생했고, 외상으로 준 물건값을 받지 못해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이 펴낸 <대구 방문판매 여성>.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는 “30∼40년전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어렵던 시절에 방문판매 종사자는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여섯분의 생애기록은 대구역사의 한 자락이며, 우리가 살아온 역사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대구 방문판매 여성> 500부를 펴내 도서관 등에 보내고 책이 필요한 시민들에게도 신청을 받아 보내줄 예정이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6년전부터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생애구술사를 매년 펴내고 있다. 2014년 ‘섬유’, 2015년 ‘시장’, 2016년 ‘의료’, 2017년 ‘예술’, 2018년 ‘패션·미용’ 분야에 종사했던 여성들의 애환을 담은 책을 발간했다.
(053)219-9976.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사진 대구여성가족재단 제공
일본에서 태어나 13년동안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화장품 판매를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방문판매를 접은 박백합자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