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여순평화예술제:손가락총@부산│민주공원’ 알림글. 부산민주공원 제공
갈등과 대립에서 벗어나 평화와 인권 시각에서 ‘여순사건’을 살펴보는 전시가 부산에서 열린다.
부산민주공원은 23일까지 부산 중구 부산민주공원 기획전시실에서 ‘2019 여순평화예술제:손가락총@부산│민주공원’을 연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1948년 제주 4·3항쟁에 나선 도민을 학살하라는 정부 명령을 거부하고 봉기한 여수 주둔 군인과 순천 인민위원회 활동을 다뤘다. 손가락총은 당시 여수와 순천에서 정확한 근거나 법적 과정 없이 손가락으로 지목당한 이들이 처형됐던 사실을 뜻한다.
전시에는 순천, 여수, 제주, 광주, 서울, 인천, 부산 등 지역 작가들의 작품 33점이 선보인다. 작품은 반란과 항쟁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갈등을 대립시키기보다 평화에 대한 연대와 성찰을 나누려 한다. 여순사건과 제주4·3항쟁을 여수·순천·제주 내부의 특수성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식민지배와 제국주의, 독재, 국가폭력에 맞선 평화와 인권 관점에서 민중 연대를 확인하고 보편적 문제로 인식하자는 것이다.
김종기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여순항쟁은 지금까지도 사건, 반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그런 논쟁을 이어가기보다는 국가폭력에 초점을 두고 민주화운동 역사 속에서 여순항쟁을 살펴봐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여순항쟁을 재조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성담 작가의 ‘도깨비의 시간’. 부산민주공원 제공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전남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 2000여명이 제주 4·3항쟁 진압에 출동하라는 이승만 정부의 명령을 거부하며 시작됐다. 이승만 정부는 초토화 진압 작전을 벌이며, 무차별 부역자 색출에 나섰다. 2009년 진실·화해위원회 발표를 보면, 이 과정에서 2000여명이 희생됐고, 순천 일대에서만 민간인 430명이 반군을 도왔다는 등 이유로 재판도 없이 집단 사살됐다.
법원은 최근 여순사건 발생 72년 만에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진상조사와 피해자 명예회복, 위령 사업 등 내용이 담긴 특별법은 20년 전인 16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번번이 제정이 무산됐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여순사건 특별법도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시민단체는 국회 등에 특별법 제정을 대대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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