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십만 인파가 다니는 대구 도심지 동성로가 썰렁하다. 대구서 코로나 19 확진환자가 11명이나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스크를 낀 일부 젊은이들만 눈에 띌 뿐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자 대구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시민들은 집 밖 외출을 삼가면서 확진자들의 주요동선을 예의주시하거나, 지인들의 안부를 물으며 걱정스런 하루를 보냈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 돼서 울상이던 지역상인들은 더 깊은 시름에 빠져 들었다. 음압병상과 역학조사관 등 대구시의 관련 인프라 부족도 시민들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19일 낮 12시 쯤 대구 도심지인 중구 경상감영공원앞에서 만난 김승호(74)씨는 “확진자가 처음 나온 어제밤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오늘 아침 10명이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대구가 중국처럼 되는 것 아니냐.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친구인 박아무개(76)씨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확진자가 나온 것에 충격을 받았다. 앞으로 왠만하면 집밖으로 나오지 않아야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확진자 10명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대구 도심지는 썰렁했다. 길을 다니는 시민들이 평소보다 엄청나게 많이 줄어들면서 거리는 조용했다. 평당 1억원을 넘어서 대구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앞 도로도 하루 유동인구 수십만명이라는 명성에 무색하게 마스크를 낀 몇몇 청년들만 지나칠 뿐 한가한 모습이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교 3학년 우아무개(22)씨는 “3월 중순으로 개학이 연기됐지만 그때까지 코로나19가 잦아들지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뭐니뭐니 해도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틈틈이 손을 씻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 개개인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가 고향인 이들은 페이스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지인들의 안부가 걱정된다’는 글을 올리는 등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던 식당들은 이번 무더기 확진자 소식에 더욱 울상을 짓고 있다. 동성로에서 유명한 맛집인 ㅇ 식당주인은 “평소 같으면 좌석 10여개가 꽉 차야하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타격이 적지 않다. 엎친 데 겹친 격이다. 정말 큰 일이다”며 한 숨을 지었다.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대구 중심지인 중구 반월당에서 영업중인 자영업자 황아무개(48)씨도 “점심때 인근 식당을 찾았는데 평소보다 손님이 20∼30%정도에 그쳤다. 회사 인근 커피샾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장사가 되지 않아 상인들이 말도 못할 정도로 힘든 형편인데 여기다 이번 사태까지 겹치니 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늘어나면서 한동안 잦아들던 마스크 품귀현상까지 재발하고 있다. 대구 도심지 동성로 ㅈ 약국은 “어제 이후 마스크가 품절됐다. 오늘 갑자기 찾는 손님이 급증했는데 내일까지 마스크가 공급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ㅇ 마트쪽은 “매일 마스크 10박스 정도가 들어오는데 오늘은 아예 마스크가 공급되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19일 대구시청에서 대구지역 병원장들과 함께 코로나19 확진자를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확진환자를 치료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대구와 경북의 확진환자가 18명으로 늘어났지만 이들이 입원할 음압병실은 48곳뿐인 실정이다. 또한 보건당국은 31번째 환자와 함께 예배를 본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1천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 조사를 수행할 대구시의 역학조사관은 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대구시 쪽은 “음압병실은 코로나19 환자 외에도 중환자나 호흡기 환자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코로나 19 환자들에게 음압병실을 배정하고 다른 환자들은 급히 병실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처하는데 한계를 느낀다. 중앙정부가 특별대책반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권 시장은 “위기해결에 시민들이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세가 있으면 보건소로 신고해달라. 시민들께서 꼭 마스크를 착용하고 불특정다수가 참석하는 행사나 길거리 포교를 거부해달라. 스스로 방역조치에 힘써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확진자가 대폭 늘어나자 대구교육청은 3월2일 예정된 초중고교 456곳의 개학 연기를 검토중이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20일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개학연기 여부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현재 문을 연 유치원 192곳은 즉시 휴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구지방경찰청도 “코로나19 관련 인터넷 및 에스앤에스를 통해 전파되는 스미싱 문자가 가짜로 확인됐다며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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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번째 확진자가 예배를 본 것으로 알려진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신천지 대구교회. 지하1층 지상9층인 이 건물의 1∼4층을 예배당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예수교회 신도는 대구 1만여명, 경북에서 5천여명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