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 구내 농협 하나로마트 미니점. 2일 오후 2시부터 마스크 500장을 판매했는데, 12분 만에 매진됐다. 최상원 기자
“마스크 없어요. 제발 좀 그만 물어보세요. 마스크 사려는 사람들 때문에 일을 못하겠어요.”
2일 오전 11시께 경남 합천군 ㅅ약국에 전화를 걸어 “마스크를 살 수 있느냐”고 묻자, 상대방은 버럭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합천군은 2일 현재 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이다.
경남 하동군 ㅈ약국은 “오늘은 마스크를 전혀 공급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ㅂ약국은 “오전 10시께 도매상이 10명분 50개를 줬다. 그런데 찾아오는 손님마다 마스크를 구입해서, 10분 정도 만에 완전히 팔렸다. 내일은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일 마스크 500만개를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 약국 등을 통해 공적판매했다. 부산(17만9900개), 울산(1만2100개), 경남(32만3700개)에도 51만5700개가 공급됐다. 1인당 5장을 살 수 있기 때문에 10만3140명분의 마스크가 부산·울산·경남에 공급된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 사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였다. 공급업체에 따라서 마스크 가격도 제각각이었지만, 마스크를 살 수만 있다면 가격을 따지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오후 2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했는데, 경남 고성군 동고성농협 하나로마트 앞에는 이날 아침 7시께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날 동고성농협 하나로마트에 공급된 마스크는 200개로 40명분에 불과했다. 오전 9시가 되기 전에 이미 40명 이상 줄을 섰다. 결국 수십명은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동고성농협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아직 지침을 받지 못해서, 내일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도 모른다. 마스크 공급 문제 때문에 오늘 이장단 회의까지 열린다고 들었다.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오전 11시부터 판매한 우체국 사정도 비슷했다. 경남 함안군 칠원우체국은 “80명분 400개를 받았는데, 주민들이 아침 7시께부터 줄을 서는 바람에 수십명이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창녕군 계성우체국도 “마스크가 동나는 바람에 100명 이상이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울산 언양우체국은 “5분 정도 만에 마스크가 다 팔려나갔다. 마스크를 사지 못하고 되돌아간 사람이 100명 가까이 될 것이다. 20여명은 한동안 항의도 했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변두리 쪽에 있는 두동우체국은 “시내에서까지 마스크를 사려고 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정작 인근 주민들이 아침 일찍 줄을 서고도 마스크를 사지 못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지방경찰청은 2일 “지난달 28일부터 특별단속팀 107명을 동원해서 부당이득·매점매석 등 마스크 유통질서 교란행위를 단속한 결과, 5건을 적발해 8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마스크 생산량을 한꺼번에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갑자기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절대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정부 차원에서 지금과 같은 배포 방식이 적절한가 등 현장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상원 신동명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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