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갑에 내걸린 펼침막. 재선에 도전하는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일 잘하는 국회의원을, 김척수 미래통합당 후보는 바꿔야 산다를 구호로 내걸었다.
김척수 미래통합당 후보가 괴정골목시장에서 5보 1배를 하고 있다.
“그라믄(그렇게 하면) 미안타(미안하다).”
지난 8일 오전 11시께 부산 사하구 부산도시철도 1호선 괴정역 앞 괴정골목시장에서 분홍색 유니폼을 입은 김척수(57) 미래통합당 후보가 다섯 걸음 걷고 절을 하는 ‘5보 1배’를 하자 좌판을 지키던 70대 할머니는 손을 내저으며 말리는 시늉을 했다. 김 후보는 묵묵히 5보 1배를 이어갔다.
김 후보는 “무능하고 부패한 자들에게 정권을 빼앗겨 외교와 안보가 무너졌다. 국민께 고통을 안겨드린 것을 깊이 사죄드리기 위해”서라며 7일부터 하루 2시간씩 5보 1배 유세를 하고 있다. 그는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를 회생시키는데 혼신의 힘을 다 하겠다. 정부와 여당을 심판해 달라”고 말했다.
반응은 엇갈렸다. 김 후보의 5보 1배를 지켜본 한 상인은 “저렇게까지 하는데 한번은 밀어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동정론을 폈다. 옆에 있던 다른 상인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동정에 호소하는 것 아니겠냐. 저런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괴정골목시장 들머리에서 유세하고 있다.
“머슴처럼 부지런히 일했다고 생각하면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세요.”
김 후보가 다녀간 뒤인 오후 2시께 괴정골목시장 들머리에 등장한 유세차에서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최인호(53)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모습을 보였다. “낙후된 사하구를 살리려면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최 후보 발언에 몇몇이 박수를 쳤다. 최 후보는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이라는 점을 활용해 일꾼론을 폈다. “낙후된 사하가 변하고 있다. 제2대티터널과 하단~녹산 도시철도 등 지난 4년 동안 추진한 3조원 규모의 20개 사업을 마무리하려면 일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야당 후보가 되면 진행되던 사업도 물거품이 될 수가 있으니 힘 있고 일 잘하는 여당 후보를 밀어달라.”
괴정골목시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최 후보가 4년 동안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쓴 것에 대해서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누구를 찍을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변이 엇갈렸다. 정아무개(61)씨는 “최 의원이 일을 잘한 것은 맞지만 경제가 나쁘니까 정부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아무개(70)씨는 “민주당이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이 발전하려면 정당을 떠나 지역이 살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며 “4년 전 김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엔 최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괴정골목시장 들머리에서 유세하고 있다.
젊은층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아무개(30)씨는 “4년 전엔 최 후보를 찍었는데 정권이 바뀌고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서 김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집 앞에 도로가 새로 난 것을 보면 최 후보를 한 번 더 찍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낙동강 하구에 있는 부산 사하구는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텃밭인 부산·경남에서 그나마 해볼 만하다고 보는 지역이다. 1996년 15대 총선 때 갑과 을로 나뉘었다. 을구에선 미래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긴 조경태 의원이 2004년 열린우리당 간판을 달고 승리한 뒤 내리 세 차례 당선됐으나, 갑구에선 4년 전 20대 총선에서야 최 후보가 민주당 계열 후보 가운데 처음으로 당선됐다. 최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문대성 새누리당 후보에게 2380표(3.53% 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가, 4년 전에는 김척수 후보를 2730표(3.95% 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김 후보는 2010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부산시의원에 당선되며 지역정가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4년 전 3연속 연임 뒤 물러난 허남식 전 부산시장을 경선에서 꺾는 파란을 일으키고 본선에 진출했으나 최 후보에 밀려 패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사하구 구의원을 지낸 40대 여성 변호사와의 경선에서 승리해 두번째 국회의원 도전 자격을 얻었다.
김척수 미래통합당 후보가 괴정골목시장에서 5보 1배를 하고 있다.
4년 만에 다시 격돌한 두 사람의 언론사 여론조사를 보면 4년 전과 반대 양상을 보인다. 4년 전엔 김 후보가 최 후보를 많게는 갑절 이상 이기는 등 한차례도 뒤진 적이 없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최 후보의 신승이었다. <부산문화방송>이 한길리서치센터에 맡겨 지난 4~5일 벌인 여론조사에선 최 후보가 4%포인트 앞섰다. <국제신문>이 폴리컴에 맡겨 6일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최 후보가 12.6%포인트 앞섰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지역 정가에선 김 후보가 4년 전 최 후보처럼 막판에 판세를 뒤집을지, 최 후보가 4년 의정활동 성과를 인정받아 재선에 성공할지는 여론조사에서 표심을 드러내지 않는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규모와 투표율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부산은 여전히 보수 텃밭이어서 현재 오차범위 접전으로 본다. 결국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