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부산시청 7층에서 열린 코로나19 혈장 기증 서약서 전달식을 하고 참석자들이 엄지척을 하고 있다. 왼쪽 네번째가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부산시 제공
정부가 연말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한 가운데,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던 부산 온천교회 완치자들이 혈장을 단체로 기증하기로 했다. 정부가 완치자 혈장 구입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나온 첫 단체 기증이다.
부산시와 온천교회는 8일 오후 2시30분 부산시청 7층 국제의전실에서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혈장 기증 서약서 전달식’을 열었다. 혈장 기증을 약속한 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온천교회 교인 34명 가운데 21명이다. 부산시는 “21명의 혈장은 부산에 중증환자가 생기면 투여하거나 혈장 치료제를 연구하는 질병관리본부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혈장은 혈액 가운데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이 빠진 액체 성분이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항체가 들어있다.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채취·농축해 만든다. 정부는 최근 회의를 열어 연말까지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하고 완치자들의 혈액을 공개 모집하고 있으나 실적이 미미한 상태다.
노정각 온천교회 담임목사는 “지역사회를 늘 섬기는 마음이었는데 지역에 불편을 끼쳐 책임감을 느꼈고 (이번 혈장 단체 기증 약속은) 마음의 빚을 갚는 의미다. 모두의 총의를 모아 기증을 결정했고 교인들은 헌혈 기부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지선 서약자 대표는 “확진 뒤 마음의 부담이 컸는데 성심껏 친절히 치료하는 의료진에 감동했다. 혈장 기부자가 적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시와 의료진에 은혜를 갚으려고 기증을 결정했다. 조금이나마 한 생명에게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기분 좋고 고마운 날이다. 혈장 기증자가 전국 26명인데 집단기증은 전국 최초이며 모범사례다. 혈장 공여에 시민과 함께 감사한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고 있는 이정주 부산대병원장은 “교회에서 좋은 뜻으로 혈장 기증을 약속해 감사하다. 중증환자 치료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단체 기증을 계기로) 선한 영향이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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