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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은 학교법인 입맛대로?…영남대·계명대 술렁

등록 2020-06-15 16:45수정 2020-06-15 17:27

학교법인 중심의 총장 선임 제도 속에…
영남대에선 총장 선출 제도 개정 목소리
계명대에선 36년의 ’장기 집권‘ 총장 탄생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이 15일 오전 대구 남구 영남대 학교법인 영남학원 사무국 앞에서 총장 선출 제도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영남대 교수회 제공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이 15일 오전 대구 남구 영남대 학교법인 영남학원 사무국 앞에서 총장 선출 제도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영남대 교수회 제공

학교법인 이사회 중심으로 총장을 뽑고 있는 영남대에서 총장 선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남대와 함께 대구경북의 양대 사학으로 꼽히는 계명대에서는 학교법인 중심의 총장 선임 제도로 36년의 ‘장기 집권’ 총장이 나왔다. 영남대 교수회, 영남대 직원노동조합, 영남이공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10일부터 총장 선출 제도 개정을 요구하며 대구 남구의 학교법인 사무국에서 농성하고 있다. 이들은 교수대표 11명, 직원대표 4명, 학생대표 2명, 학교법인대표 3명, 총동창회 추천 2명 등 22명이 참여하는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총추위) 구성을 학교법인에 요구하고 있다. 또 학교 구성원들이 총장후보들을 대상으로 투표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법인 이사회는 17일 오후 2시 이사회를 열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영남학원은 총추위를 통해 영남대와 영남이공대 총장을 뽑고 있다. 총추위가 총장후보자를 공모해 심사한 뒤 3~5명으로 후보자를 압축해 학교법인 이사회에 추천한다. 그러면 학교법인 이사회가 이들 가운데 총장을 선임한다.

총추위는 모두 9명인데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3명, 학교법인 이사장이 1명, 총동창회에서 1명을 추천한다. 또 총장이 교수회와 직원노동조합에 각각 3명과 1명을 추천해 달라고 한다. 학교법인이 총장 선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구조다.

영남대는 196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구대와 청구대를 강제로 합병해 만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80년부터 영남대 학교법인 영남학원 이사장과 이사를 하며 영남대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부정입학과 교비 횡령 등 학내 비리 사건으로 1988년 물러났고, 이후 영남대는 관선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됐다. 이듬해 영남대는 전국 최초로 교수와 직원의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박 전 대통령에게 영남학원 이사 7명 가운데 4명의 추천권을 줬고, 2010년 직선제가 폐지됐다.

이승렬 영남대 교수회 의장은 “총장 선출 제도 개정과 관련해서는 실질적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방식의 총장 선출 제도를 관철하는 게 영남학원 민주화의 핵심적인 과제다. 전국의 많은 학교가 영남대 문제가 어떻게 풀리는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는 내년 1월 서길수 총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늦어도 오는 10월부터는 차기 총장 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영남대와 마찬가지로 학교법인 이사회가 총장 선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계명대는 ‘전국 최장수 대학 총장’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32년 동안 총장을 맡아 온 신일희(81) 총장이 또다시 차기 총장에 선임됐다. 계명대 학교법인 계명대학교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어 신 총장을 또 12대 총장에 선임했다.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10명은 총추위에서 추천한 후보인 신 총장과 박승호 계명문화대 총장, 이필환 계명대 교무처장 등 3명 가운데 신 총장을 차기 총장으로 결정했다. 계명대 총장 역시 총추위에서 복수의 총장후보자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가 총장을 선임하는 구조다.

신 총장은 계명대가 종합대학으로 승격한 1978년 아버지인 고 신태식 전 계명기독대학 학장에 이어 계명대 초대 총장에 취임했다. 그는 이후에도 4~7대, 9~11대 총장을 지냈다. 신 총장은 다음달 6일 12대 계명대 총장에 취임해 4년 동안 재임한다. 아홉 차례에 걸쳐 모두 36년 동안 총장을 맡는 셈이다.

김용석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한국에 사립 종합대학이 134개가 있는데 이 가운데 몇 곳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총장 선출 제도를 갖고 있지 않다. 계명대는 장기 집권 체제로 가고 있는데, 내부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해서 그게 옳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사립대학은 대부분 학교법인이 원하는 사람을 총장으로 뽑는 구조인데, 내부 구성원들이 원하는 총장이 선출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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