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료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도착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 북구가 자가격리자 관리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한 코로나19 확진자가 장례식장 참석자들과 무더기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격리 장소를 이탈해 장례식장에 있던 자가격리자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밝혀졌다.
24일 부산시와 부산 북구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2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남성은 16일부터 전남 순천시의 장례식장에 있었다. 다음날인 17일 밤 10시 부산 북구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통보를 받았다. 부산 362번째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했더니 9일 이 확진자가 이용했던 식당의 동일시간대 다른 테이블에 60대 남성이 머물렀던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부산 북구보건소는 18일 자가격리자를 관리하는 북구 안전총괄과에 부산 60대 남성의 인적사항을 넘겼고, 담당자는 같은날 오후 4시 60대 남성의 집을 방문해 격리 물품과 자가격리 통지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60대 남성이 집에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격리 물품과 자가격리 통지서를 집 앞에 두고 그냥 복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부산시 자가격리 관리자 매뉴얼을 보면, 자치단체는 자가격리 통지서를 전달하고 서명을 받아야 한다. 자가격리자가 격리 장소에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60대 남성은 서명하지 않았다. 자가격리자가 순천시 장례식장에 있는 상황에서, 담당자가 전화만 하고 돌아갔기 때문이다. 부산 북구는 “담당자가 문 앞에서 60대 남성과 통화를 했는데 집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60대 남성의 휴대전화엔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하면 경보음이 울리는 앱이 설치되지 않았다. 자가격리자의 휴대전화에 설치하는 앱은 자가격리자 관리의 효율적인 수단이다. 경보음이 울리면 자가격리자 담당자가 즉시 전화를 하거나 격리 장소를 방문해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자가격리자는 앱 설치가 자율이지만 부산시는 자가격리 통지서와 격리 물품을 전달할 때 자가격리자한테 앱 설치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택에 22일 기준 부산 자가격리자 2042명의 97.3%가 앱을 설치했다.
부산 북구가 자가격리 관리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대가는 엉뚱하게 순천시가 치렀다. 60대 남성이 순천시에 있다가 20일 부산 북구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고 21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순천시는 장례식장 등에서 60대 남성과 접촉한 200여명을 검사하고 밀접 접촉자 35명을 자가격리 조처했다.
부산 북구가 매뉴얼대로 했다면 18일 60대 남성의 자가격리 장소 이탈을 적발했을 것인데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18~19일 장례식장에 참석했던 방문객들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거나 자가격리에 들어가야만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담당자가 자가격리 매뉴얼을 잘 지키지 않은 것 같다. 자가격리 담당자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