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전국 최초 동 단위 핀셋 방역구역으로 지정된 부산 북구 만덕동의 소공원에 출입을 금지하는 노란색 띠를 쳐놓았다.
“저희 식당은 1m 이상 거리두기를 해서 안전합니다.”
4일 오후 1시께 부산 북구 만덕동 한 식당 출입문 앞에서 만난 50대 여성 종업원은 “안전을 위해 탁자 몇개를 치웠다”고 말했다. 이 식당 출입문 앞에는 소독제와 손님 연락처 등을 적는 명부가 있었다. 밖에서 식당 안을 들여다보니 손님 10여명이 듬성듬성 앉아 있었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곤 하지만, 만덕동에서 맛집으로 제법 알려진데다 점심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손님은 적은 편이었다. 지난달 중순 이 식당에서 멀지 않은 또다른 식당에서 방문자 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2~3차 감염자 5명이 나온 게 영향을 끼친 듯했다.
ㅂ아파트 앞 제과점에서도 종업원이 출입문 앞에 놓인 명부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으라고 안내했고 명부 옆에는 소독제가 있었다. 빵 대부분은 비닐 포장이 돼 있거나 종이로 덮여 있었다. 평소 주민들이 즐겨 찾는 ㅂ아파트 근처 소규모 공원엔 인적이 끊겼다. 공원 출입구 두곳과 공원 안 어린이 놀이터엔 코로나19 때문에 당분간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었고, 출입을 금지하는 노란색 띠가 공원을 둘러싸고 있었다.
부산시 전역은 8월17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고 있는데, 부산시는 지난 2일 0시부터 15일까지 만덕동의 방역기준을 대폭 높였다. 그동안 대도시의 일부 자치구나 유흥주점 등 고위험시설, 교회 등 방역을 강화한 적은 있었지만, 행정구역의 최소단위인 동을 대상으로 방역강화 조처가 내려지기는 만덕동이 처음이다.
‘핀셋’ 방역강화 구역으로 지정된 만덕동에선 소공원 18곳 모두의 출입이 금지됐다. 또 모든 음식점과 제과점에서도 방문자는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명부에 연락처 등을 적어야 한다. 발열 체크와 소독제 비치도 필수다. 이를 어겼다가 적발되면 영업을 중단하는 집합금지명령을 발령한다.
이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4일까지 만덕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1명이나 쏟아졌기 때문이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4명이나 되는데다, 소규모 식당과 목욕탕, 초등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감염자들이 나왔다. 감염자와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은 사람도 1500명이 넘고 자가격리자도 1천여명에 이른다.
만덕동의 학교들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시는 3일 저녁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5~8일 만덕동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각 6곳, 중학교 3곳, 고교 1곳 등 16곳의 온라인 원격수업을 결정했다.
ㅂ아파트 한 주민은 “대규모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고 자가격리 중인 다수의 사람 가운데 일부라도 주변 편의시설을 다녀갔을 것을 생각하면 밖에 나가기가 겁난다. 빨리 이 불안한 상황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만덕동 주민들이 불편하시겠지만, 지역사회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처이니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고 따라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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