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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경제 최악인데 웬 가덕도” “박형준, 의혹투성이 자격없어”

등록 2021-03-31 04:59수정 2021-03-31 07:41

땅투기 의혹 “현 정권 책임 벗어날 수 없어”
가덕도신공항 효과는 보이지 않아
네거티브 공세에 피로감과 반발감 상승
여론조사선 야당 후보가 앞서
여 “바닥 민심 급변” 야 “뒤집기 어려울 듯”
지난 25일 부산시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출정식에 나선 모습. 김영춘 후보 캠프 제공
지난 25일 부산시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출정식에 나선 모습. 김영춘 후보 캠프 제공

“힘있는 여당 시장이 필요합니다!”

지난 29일 낮 12시40분께 부산 연제구 거제시장에서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시민들한테 지지를 호소했다.

“30년간 쌓여온 일당독점의 폐해와 수도권 집중 현상은 부산을 위기의 도시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야당은 정권심판을 이야기한다. 이번 선거는 정치선거가 아니라 부산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경제선거입니다.”

그는 여당 후보의 장점도 부각했다. “부산의 발전을 위해 정부와 국회와 함께 여러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저한테 (시정을) 맡겨주십시오. 부산의 미래를 위한 중장기 정책과 노동자·자영업자를 위한 단기 정책 등 여러 경제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주변 지지자들은 김 후보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지난 25일 부산시 중구 광복로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거리유세를 하고 있다. 박형준 후보 캠프 제공
지난 25일 부산시 중구 광복로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거리유세를 하고 있다. 박형준 후보 캠프 제공

“무능한 이 정권을 심판하겠습니다.”

28일 오전 9시께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들머리에 있는 유세 차량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손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부동산 등 여러 부분에서 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 위선을 눈으로 지켜봤다.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도 불공정했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않았다”며 “전임 부산시장도 부끄럽다.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바로잡아야 한다. 침체에 빠진 부산도 살려야 한다. 이것이 대의다. 이제 바로잡을 수 있는 봄이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0대로 보이는 한 시민은 “정부와 민주당 때문에 먹고살기 힘들다. 이번 선거에서는 무조건 2번이다”라고 말했다.

■ 여 국정안정론 대 야 정권심판론 대결

부산 표심은 크게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으로 나뉜 모양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새도시 투기 의혹도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듯했다.

해운대구 센텀시티 근처에서 만난 직장인 김아무개(43)씨는 여당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민주당 계열 후보를 지지해왔다. 이른바 ‘조국 사태’와 ‘법무부-검찰 갈등’ 때도 현 정권에 힘을 더 실어줘, 저항하는 기득권을 눌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엘에이치 사태는 다르다. 보통 사람들의 허탈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현 정권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혁을 위해서는 여당에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유통업체 마케팅팀에서 일한다는 정아무개(34)씨는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국민의힘은 보수적인데다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좋아하지 않는다. 엘에이치 땅투기 의혹 등은 현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부터 이어져온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공정한 세상이 열릴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하는 과도기적 단계에서는 현 정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힘 못쓰는 가덕도신공항·네거티브 공세

“장사가 안돼 죽을 지경인데, 무슨 가덕도신공항인교? 코로나19든 뭐든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갱제(경제) 정책도 못 펼치면서, 뭐 한다꼬.”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만난 강아무개(76)씨는 역정을 냈다. 그는 지난해 10월까지 종업원 15명으로 3층짜리 음식 가게를 운영해왔지만, 현재는 아내와 둘이서 가게를 운영한다고 했다.

여당이 선거 초반 핵심 이슈로 밀어붙였던 가덕도신공항은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노점을 하는 박아무개(78)씨도 “경기가 최악인데, 서민들이 혜택을 곧바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운용해야지 뜬금없는 가덕도신공항이 웬 말인가. 이젠 지겹다. 지난 대선 때 (내가) 문 대통령을 찍지 않았다고 화를 냈던 아들도 이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도시철도 서면역 지하상가에서 만난 류아무개(27)씨도 “내년에 대학을 졸업하는데, 일자리를 찾지 못해 막막하다. 피부에 와닿지 않는 가덕도신공항보다는 취업, 교육, 복지 정책에 더 힘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지난 23일 부산시 중구 자갈치시장 모습. 김영동 기자
지난 23일 부산시 중구 자갈치시장 모습. 김영동 기자

선거전이 심화하면서 국민의힘은 김 후보의 라임자산운용(라임) 정관계 로비 연루 의혹, 친형 땅 특혜매입 의혹 등을, 민주당은 박 후보의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 딸 홍익대 입학 비리 의혹, 국가정보원 사찰 의혹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런 네거티브 공방에도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 근처에서 만난 이아무개(24)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아 여러 뉴스를 보는데, 두 후보의 서로 헐뜯기에 피로감을 느낀다. 남은 선거 기간이라도 정책으로 당당하게 경쟁했으면 한다”고 했다. 중구 남포동에서 만난 김아무개(67)씨는 “민주당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기보다는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 선거가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하니, 비방에만 매달리는 모습”이라며 혀를 찼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한 김아무개(46)씨는 “23년 만에 처음으로 2018 지방선거 때 민주당의 오 전 부산시장이 당선됐지만, 추문으로 중도 하차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도) 네거티브 일색인데, 외려 민심이 더 돌아서지 않을까 걱정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형준 후보의 의혹을 두고는 해명이 석연찮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20대 유권자는 “박 후보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쏟아졌는데, 그가 제대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공직자는 청렴결백이 최우선 덕목이다. 박 후보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여론조사는 야당 우세…얼마나 맞을까

그동안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후보 지지율이 김 후보보다 10~20%포인트 높게 나오고 있다.

지상파 3사가 입소스·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에 맡겨 지난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 지지율은 26.7%, 박 후보 지지율은 38.5%로 조사됐다. <조선일보> <티브이조선>이 칸타코리아에 맡겨 지난 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김 후보가 26%, 박 후보가 48.2%의 지지를 받았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지난 24일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직장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김영동 기자
지난 24일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직장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김영동 기자

박 후보 캠프 쪽은 선거 결과가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시민들이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민주당에 세차례나 기회를 줬지만 경제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엘에이치 사태로 민심이 들끓어 정권심판론에 힘이 모이고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민심을 뒤집기 힘들 듯하다”고 전망했다.

김 후보 쪽은 지지자 결집으로 격차를 줄이면서 중도층 표를 흡수하면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본다. 도덕성에서 김 후보를 따라올 수 없으며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2030 세계엑스포 유치 등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 캠프 관계자는 “바닥 민심이 급변하는 분위기가 부산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지층 결집을 동력 삼아 중도층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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