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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따라 시대 따라… 쫓고 쫓기는 도핑의 역사

등록 2021-07-23 08:59수정 2021-07-23 10:06

2002년 프랑스의 사이클 대회에 참가한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 그는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라는 기록을 세웠으나 주도면밀하게 도핑을 해온 것으로 밝혀져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2002년 프랑스의 사이클 대회에 참가한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 그는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라는 기록을 세웠으나 주도면밀하게 도핑을 해온 것으로 밝혀져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도핑의 과학: 경기장을 뒤흔든 금지된 약물의 비밀
최강 지음/동녘사이언스·1만6800원

약물 등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도핑’은 스포츠 세계에서 가장 불명예스러운 일로 꼽힌다. 이를 그저 “비열한 일”이라 비난하는 것은 쉽다. 다만 도핑과 도핑이 아닌 것을 무 자르듯 쉽게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은 이 문제를 꽤 복잡하게 만든다.

<도핑의 과학>에서 정신과 전문의인 지은이는 의학과 약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도핑의 역사를 다채롭게 펼쳐 보인다. 이른바 ‘근대’ 스포츠의 세계에서 도핑은 처음부터 금지 행위가 아니었고, 냉전 시기에는 양쪽 진영이 스포츠로 대리전쟁을 치르면서 선수들에게 약물 복용을 권장하기까지 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928년 처음 도핑을 금지했으나, 당시로선 선언적인 의미에 그쳤을 뿐이다. 지은이는 ‘반도핑’ 운동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본격화됐고, 그 뒤로 도핑과 반도핑이 ‘쫓고 쫓기는’ 양상으로 계속되어 왔다고 짚는다.

미국 야구의 전설적인 홈런 타자인 배리 본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근육을 강화시키는 단백동화남성화 스테로이드(AAS)는 1960년대 후반 스포츠 분야 전체로 퍼진, 대표적인 도핑 약물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남자 100m 달리기 결승에 올랐던 8명 가운데 벤 존슨을 비롯한 6명이 도핑에서 자유롭지 못할 정도였다. 국제 스포츠계는 기체 크로마토그래피(GC)와 질량분석법(MS)을 활용해 이를 잡아낼 수 있도록 도핑 검사의 효력을 높였다. 그러나 본즈가 사용한 새로운 스테로이드는 견본 약물이 있어야 적발이 가능하다는 기존 검사 방법의 허점을 파고들었고, 2000년대 중반 미국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미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전시된 베리 본즈의 756번째 홈런 공. 본즈의 도핑 사실을 함께 기억한다는 의미로 공에 별표를 찍었다.
미국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전시된 베리 본즈의 756번째 홈런 공. 본즈의 도핑 사실을 함께 기억한다는 의미로 공에 별표를 찍었다.

수혈로 혈액 내 적혈구 수를 증가시켜 지구력을 끌어올리는 ‘혈액 도핑’도 대표적인 논란 사례다. 자신의 피를 자신에게 수혈하는 것은 금지 행위도 아니었거니와 이를 밝히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혈액 도핑 효과를 내는 적혈구생성인자(EPO)가 약물로 쓰이기도 했다.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은 이를 치밀하게 활용해 ‘투르 드 프랑스’ 7연패 업적을 이뤘다. 이 때문에 도핑 검사의 패러다임이 금지 약물의 검출로부터 ‘생체여권’ 도입 등 더욱 복잡한 절차를 활용하는 것으로 바뀌기도 했다.

문제는 스포츠가 과학적이거나 사회적인 장으로부터 마냥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언제든 회색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첨단 기술력을 동원해 만들어진 수영복과 자전거는 ‘기술 도핑’이란 지적을 받는다. 그렇다면 장애인 선수의 의족 등 보조기구는 도핑에 해당할까? 수술한 선수의 경기력이 더 좋아졌다면?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간성’이나 트랜스젠더 선수의 존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지은이는 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논의를 제안한다. “현실에 뿌리를 두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많은 무게를 두며, 때로는 실수하고 넘어지는 선수들도 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동녘사이언스 제공

육체미운동의 창시자 오이겐 산도프.
육체미운동의 창시자 오이겐 산도프.

육체미운동 선수 시절의 아놀드 슈워제너거. 시대의 차이를 감안해도 산도프와 근육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단백동화남성화 스테로이드(AAS)의 효과로 추정된다.
육체미운동 선수 시절의 아놀드 슈워제너거. 시대의 차이를 감안해도 산도프와 근육량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단백동화남성화 스테로이드(AAS)의 효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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