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정신의학 전문의가 알려 주는 돌봄 심리학
차이자펀 지음, 우디 옮김 l 갈라파고스 l 1만5800원 살다 보면 누군가를 보살펴야 할 처지에 이를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돌봄이 쉬워지는 자식일 수도, 어릴 적 돌봄을 베풀어준 부모일 수도 있다. <아프다면서 병원에도 가지 않으시고>는 노인 돌봄의 고충에 대한 여러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해를 돕는다. 매달 1000명의 고령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는 노인정신의학 전문의가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설명한다. 타이완 얘기지만, 우리네 사정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유교 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고령화 역시 대만도 한국만큼 빠르게 진행 중이다. 부모를 돌보는 혹은 돌볼 이들에게 저자의 조언은 도움이 된다. 치매를 앓아 전화한 것을 잊고 반복해서 전화하는 경우나 집을 찾아갈 때마다 없는 살림에도 현금을 쥐여주고, 쉴 새 없이 자식 걱정에 잔소리를 하는 경우 등 풍부한 사례가 나온다. 저자는 계속 걸려오는 전화에는 단답형으로 답하고 끊기지 않는 잔소리에는 손주나 과일을 방패 삼으라고 조언하는 한편, 노화로 인한 변화를 감안한 건강한 관계 맺음과 부모의 심리 등에 대해서도 가르쳐준다. 지속가능한 관계와 돌봄을 위해 부모는 자신의 욕구나 도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배워야 하고, 자식도 조심스럽게 부모의 변화나 그 행동 뒤에 숨겨진 원인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일방적 의존이나 희생은 가족이란 울타리마저 위협할 수 있다. 고령층의 정신 건강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건망증이나 불면, 의욕 상실 등을 자연스러운 노화로 알고 뒤늦게 정신의학과 진료실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다. 노인 우울증을 앓는 경우 정서적 고통뿐만 아니라 신체적 질병도 악화시킬 수 있다. 책은 우울증의 징후를 정리해 적절한 대처 방법도 제공한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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