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인간
얀 파울 스휘턴 지음, 플로르 리더르 그림, 이유림 옮김, 이정모 감수 | 논장 | 각 2만5000원
네덜란드에서 날아온 과학책 <진화>와 <인간>은 재밌는 질문들로 가득하다. “닭과 달걀 중 누가 먼저냐”란 오래된 논쟁부터 “메시의 아들은 축구를 잘할까요?” “왜 엉덩이가 위산에 녹지 않을까요?” “몸은 왜 거짓말을 잘 못 할까요?” “헤드폰을 끼고 과자를 먹으면 왜 더 맛있을까요?” 이런 흥미로운 물음들이다.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췄지만 책의 주제는 깊다. <진화>는 46억년 전 지구에서 박테리아 형태의 새 생명이 느닷없이 탄생한 이후 지구의 생물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설명한다. 무생물이 생물이 되는 과정, 환경에 잘 적응한 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화론, 외계생명체의 가능성까지 두루두루 샅샅이 훑는다.
<인간>은 ‘소우주’로 불리는 인간의 신비한 몸속을 탐구한다. 성인 몸속에 있는 약 37조개의 세포는 끊임없이 죽고 또 새로 만들어진다. 바이러스가 공격하면 몸속에서는 끝없는 싸움이 벌어진다. 위에서 다량의 염산이 나와도 췌장 덕분에 엉덩이가 녹아내리지 않는 것 같은 인체의 신비를 읽다 보면 호기심을 넘어 ‘내 몸’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책은 딱딱한 과학 지식을 부드럽게 만들어 소화되기 쉽게 떠먹여 준다. 대화하듯 말을 거는 작법이나, 방대한 서사를 압축한 유쾌한 그림 덕이다. ‘미토콘드리아’ ‘소포체’ 등의 어려운 단어에 막혀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우리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얼마나 멋진지를 깨달으며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 바다 냄새를 맡으며 먹는 굴이 더 신선하게 느껴지고, 욕조에 오래 있으면 손가락 피부가 쪼글쪼글해지는 사소하지만 엄청난 일상의 과학들이 다시 보이기까지 한다.
과학자가 아닌, 과학을 좋아하는 논픽션 작가가 지은 책이지만 네덜란드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을 휩쓸었다. 황금연필상(2014), 황금붓상(2014), 최고의 논픽션상(2014) 등을 받았고, 독일·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출간됐다. 11살 이상.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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