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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풀어낸 중국의 명소들
송진영·이민숙·정광훈 외 지음 l 소소의책 l 1만9000원 중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쑨원과 중국식 공산주의 이론을 만든 마오쩌둥, 개혁 개방 정책을 이끈 덩샤오핑의 공통점은 ‘객가’ 출신이라는 것이다. 객가란 중국 남동부 푸젠성에서 주로 살았던 한족 이주민을 가리킨다. 푸젠에 모여 있는 수만개의 객가 집성촌인 토루(흙벽을 가진 공동주택)를 바라보면 객가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이해할 수 있다. 중원의 혼란을 피해 변방으로 넘어온 이들의 유목민적 특성이 정주하지 않고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정체성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중화명승>은 한국중국소설학회 소속 연구자 21명이 중국 각 지역에 얽힌 사연을 제각기 풀어낸 책이다. 주로 중국 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와 강사가 직접 중국 여행 가이드를 자처한다. 푸젠의 토루를 거닐며 객가의 사연을 듣듯 하얼빈, 칭다오, 난징, 상하이, 광둥, 홍콩, 청두의 명소에 숨은 이야기를 부담 없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중국의 범죄 조직인 삼합회가 상하이 부두에서 일한 선원 조직에서 출발했다거나 중국 역사에서 유일한 여성 황제였던 측천무후가 뤄양의 석굴에 불상을 만드는 데 사재를 턴 사연이 흥미롭다. 중국 편입이라는 같은 처지에 놓인 홍콩과 마카오의 비교, 명나라 황제 앞에선 머리가 땅에 닿게 인사하면서도 청나라 황제 앞에서는 그러길 분해 하던 조선 지식인의 모습 등 생각해볼 거리도 있다. 이 책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에 기획했다고 한다. 이후 질병이 확산하고 국경이 닫혔지만, 가지 못하는 그곳을 글과 사진으로 선명하게 그려 공유하고 싶다는 게 저자들의 바람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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