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시간
한국경제의 대전환과 다음 정부의 과제
원승연 외 지음 l 생각의힘 l 1만8000원
국회의원 총선거나 대통령 선거 기간은 정치의 계절로 불리지만 동시에 정책의 시간이어야 한다. 정치인이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약속은 구호가 아닌 정책으로 구현되는 까닭이다. 내년 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후보 선출 레이스가 한창인 이때 반가운 책이 나왔다. <정책의 시간>은 예산, 세제, 복지, 의료, 교육, 저출생, 환경, 부동산 등 경제·사회 정책의 중심을 이루는 분야별로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 11명이 쓴 글을 담았다. 필자가 많고 분야가 다양한 터라 자칫 통일성이 떨어질 듯싶지만 그렇지 않다.
그간 진보 세력이 추진해온 정책에 대한 반성과 대안 모색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패착을 짚으며 ‘구’진보의 아픈 구석을 에누리 없이 후벼 팠다. 전 정부가 만들어 놓은 세수 기반에 기댄 채 증세 정책은 없이 복지국가를 운운한 것이나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불가피한 교육·의료 분야의 구조 개혁에 소극적인 태도, 시장과 국가가 할 일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모습 등을 꼬집는다.
이들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영역에 정부 관여를 줄이고,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재원 확충을 위해 부가가치세 인상을 제안한다. 또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해 교육·고용 재정 구조의 재편 및 부처 간 칸막이 해소도 주장했다. 주식 투자 소득도 종합소득 합산과세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필자들은 1990년대부터 경제 분야의 진보 담론을 이끌고 현 정부 들어 실제 정책을 집행한 ‘장하성-김상조-홍장표’의 후배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선배 그룹을 넘어서려는 혹은 넘어서야만 하는 후배 그룹의 절박함도 투영돼 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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