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전후사의 인식
1979년 이래 전 6권으로 출간돼 널리 읽힌 <해방 전후사의 인식>은 ‘역사 왜곡의 시대’였던 1980년대에 민족운동, 미군정, 분단, 친일청산 등에 관한 현대사의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지난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담긴 역사인식이 ‘민족지상주의’와 ‘좌파적 편향’에 기울어 있기에 해방 전후사의 다양한 측면을 역사 사실로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정면비판이 제기돼, 향후 관련 학계의 논쟁이 예상된다.
“해전사는 좌파적 편향” 비판
박지향·김철 교수등 발표했던 글 엮여 출간 박지향 교수(서울대 서양사학)와 김철(연세대 국문학)·김일영(성균관대 정치외교학)·이영훈(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편집위원을 이뤄 일제 식민지와 해방 이후 현대사를 다룬 국내외 학자 18명의 논문 31편을 엮은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 전 2권을 최근 냈다. 대부분 학술잡지나 단행본에 발표됐던 논문들인데, 식민지 시기의 일상생활과 여성·지식인의 삶에 관한 논문들은 1권에, 해방 이후 미군정과 한국전쟁·1950년대에 관한 논문들은 2권에 나눠 실었다. 기획의도에 관한 편집위원 4인의 대담이 2권 말미에 보태졌다. 편집위원들은 후기 대담에서 ‘민족지상주의는 애국심과 다른, 배타적이고 폭력적 이념’이라며 우리 민족은 우수했으나 일제와 미군정 탓에 비극을 당하기만 했다는 인식은 역사주체인 ‘우리’를 무력화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책에 실린 논문 필자들은 대부분 정치·경제·법학·국문학자들이며 역사학자들은 소수만이 참여했다. 카터 에커트 미국 하버드대학 한국학연구소장 등 외국학자도 일부 참여했다. 대체로 논문들은 친일, 민족운동, 근대화, 이승만 같이 민감한 과거사 주제들에 대해 <…인식>과는 대비 되는 시각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식민지 전체를 친일과 민족운동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가, 식민지에 근대화는 없었으며 수탈만 당했을 뿐인가, 북한은 친일청산을 제대로 이뤘는가, 해방 후 농지개혁은 완전한 실패인가, 한국전쟁과 분단은 이승만과 미국 때문인가 등이 주요한 논문 주제들이며, 이 물음들에 대해 대체로 ‘그렇지 않다’는 게 이들의 도전적 결론이다. 대표적 민족운동으로 평가된 조선어학회도 당시 다른 민족단체들과 함께 경쟁적으로 총독부와 협력하며 일제의 틀 안에서 활동했으며, 친일인물로 평가된 이광수·김성수도 친일과 근대화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일제시기는 ‘수탈론’뿐 아니라 ‘근대화’의 시각으로도 이해해야 한다고 논문들은 주장했다. 이승만·박정희는 부패·독재정권이지만 다층적 재평가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방 전후사 연구의 흐름에 민족지상주의와 민중혁명필연론의 이념 편향이 있다고 비판하는 <…재인식>이, 한편으론 현대사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논쟁을 어떤 식으로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책세상 펴냄, 1권 3만2000원, 2권 2만9000원.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박지향·김철 교수등 발표했던 글 엮여 출간 박지향 교수(서울대 서양사학)와 김철(연세대 국문학)·김일영(성균관대 정치외교학)·이영훈(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편집위원을 이뤄 일제 식민지와 해방 이후 현대사를 다룬 국내외 학자 18명의 논문 31편을 엮은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 전 2권을 최근 냈다. 대부분 학술잡지나 단행본에 발표됐던 논문들인데, 식민지 시기의 일상생활과 여성·지식인의 삶에 관한 논문들은 1권에, 해방 이후 미군정과 한국전쟁·1950년대에 관한 논문들은 2권에 나눠 실었다. 기획의도에 관한 편집위원 4인의 대담이 2권 말미에 보태졌다. 편집위원들은 후기 대담에서 ‘민족지상주의는 애국심과 다른, 배타적이고 폭력적 이념’이라며 우리 민족은 우수했으나 일제와 미군정 탓에 비극을 당하기만 했다는 인식은 역사주체인 ‘우리’를 무력화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책에 실린 논문 필자들은 대부분 정치·경제·법학·국문학자들이며 역사학자들은 소수만이 참여했다. 카터 에커트 미국 하버드대학 한국학연구소장 등 외국학자도 일부 참여했다. 대체로 논문들은 친일, 민족운동, 근대화, 이승만 같이 민감한 과거사 주제들에 대해 <…인식>과는 대비 되는 시각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식민지 전체를 친일과 민족운동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가, 식민지에 근대화는 없었으며 수탈만 당했을 뿐인가, 북한은 친일청산을 제대로 이뤘는가, 해방 후 농지개혁은 완전한 실패인가, 한국전쟁과 분단은 이승만과 미국 때문인가 등이 주요한 논문 주제들이며, 이 물음들에 대해 대체로 ‘그렇지 않다’는 게 이들의 도전적 결론이다. 대표적 민족운동으로 평가된 조선어학회도 당시 다른 민족단체들과 함께 경쟁적으로 총독부와 협력하며 일제의 틀 안에서 활동했으며, 친일인물로 평가된 이광수·김성수도 친일과 근대화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일제시기는 ‘수탈론’뿐 아니라 ‘근대화’의 시각으로도 이해해야 한다고 논문들은 주장했다. 이승만·박정희는 부패·독재정권이지만 다층적 재평가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방 전후사 연구의 흐름에 민족지상주의와 민중혁명필연론의 이념 편향이 있다고 비판하는 <…재인식>이, 한편으론 현대사의 본질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논쟁을 어떤 식으로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책세상 펴냄, 1권 3만2000원, 2권 2만9000원.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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