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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누군가에겐 새로운 기회가 되는 책방

등록 2021-11-05 05:00수정 2021-11-05 09:08

[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 책방 연희

책방 문을 연 지 만 5년이 되어간다. 1년은 연희동에서 4년은 지금의 위치인 경의선책거리 인근에서 책방 운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이제 업계에서는 나름 버텨낸 책방이 되었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특히나 서울은 작은 책방이 많이 생기고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잘 버텼다. 연차가 생기면 자신감이 붙어야 하는데 요즘은 책방 운영자로서 조금 의기소침하다. 어떤 책방처럼 인테리어가 멋지지도, 어떤 책방처럼 유명 작가가 드나들지도, 또 어떤 책방처럼 매일 손님이 많지도 않다. 물론 최근 책 판매량이 감소한 이유도 없지 않다. “코로나 시대잖아, 다들 힘들어”라는 말은 전혀 위로되지 않는다. 확진자가 증가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래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잘 나가는 책방은 여전히 잘 나가니까. “괜찮아, 네 속도로 네 방향으로 가면 돼”라고 책에도 쓰고 자주 말하지만, 가끔은 이 말이 나의 핑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책방은 책 판매량과 관계없이 여전히 분주하다. 책을 사고파는 일 외에 책을 중심으로 한 취미와 취향을 팔기 때문에 책방을 찾는 손님이 적어도 바쁘다. 독서 모임, 글쓰기, 책 만들기, 창업 클래스 등을 기획하고 강사를 섭외하고 참가자를 모집하고 때론 직접 진행하기도 한다. 독립출판을 위한 인디자인 클래스는 15기, 여행책 만들기는 9기, 단편소설 쓰기 모임 8기, 엄마들의 글쓰기 4기가 지났다. 올해에는 번역 클래스를 새로 열었고, 매주 토요일 아침 책방에 모여 글을 쓰는 글쓰는 작업실도 운영 중이다. 모임의 형태는 달라도 누군가에게 책방 연희에서 만든 시간이 새로운 기회이자 시작이 되길 바라면서.

바람대로 책방에서 운영하는 클래스나 커뮤니티에 참가한 사람들이 그 시간을 발판 삼아 새로운 일을 해나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책방 문을 막 열었을 때 책방 모임에 참여했던 참가자가 이젠 강사가 되었다. 매번 글쓰기가 어렵다며 징징대던 친구도 자신의 책을 여러 권 만들었고, 독립출판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여행책 만들기 클래스에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엄마와 함께 신청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제안했지만 아이는 오롯이 자신의 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나고 아이는 보란 듯이 멋진 책 기획안과 샘플을 만들었고, 클래스를 운영한 강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1인 출판사에서 아이의 책을 ‘정말 독립출판스러운’ 창작물로 출간 준비 중이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자신의 이름으로 책이 나올 이 아이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 벌써 궁금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책방을 운영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호호 할머니가 되어도 읽고 쓰는 삶을 살 것이고, 누군가를 읽고 쓰는 삶 언저리로 이끌리라는 것. 그게 책이든, 책방이든, 어떤 형태로든. 일단 오늘은, 여기 이곳, 책방 연희에서 이어 나간다.

글·사진 구선아 작가, 책방 연희 운영자

책방 연희
서울 마포구 서교동 와우산로35길 3 지하1층
instagram.com/chaegbangyeonh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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