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양동에 삽니다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 지음 l 후마니타스 l 1만7000원 “나도 모르게 노숙자라는 게 되더라고. 어머니 돌아가셨지, 형 돌아가셨지. 한번은 약 먹고 죽으려고 해봤는데 안 되더라고. 처음에는 내가 수급자인 게 적응이 안 되더라고. 낭떠러지에 서 있는데 더 가면 내 인생 끝나는 거다….” 서울 효창동에서 태어난 강성호씨는 쪽방촌 주민이다. 동네 공원에서 노숙을 시작해 서울역으로 옮겨와 ‘박스집’ 지어놓고 3년을 살아냈다. 명의도용으로 생긴 차 때문에 수급을 거절당했지만 2017년 수급자가 되어 양동에 살고 있다.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전세가도 연일 뛰어오르는 시대, 누군가는 ‘내 가족은 절대 임대주택에서 살게 하지 않겠다’ 하겠지만 ‘주변 이웃과 함께 살 수 있는 작은 임대 주택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2019년 10월 서울시로부터 불어온 재개발 바람은 40년 동안 꿈쩍 않던 쪽방촌 일대를 흔들어 놨고 400명이던 주민들은 이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정확히는 또 다른 쪽방촌으로, 고시원으로, 거리 위로 쫓겨났다.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은 이곳 주민 8명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적었다. 없는 집에서 태어나 배고픔과 폭력을 피해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겪어온 가난의 굴레를 증언한다. 또 이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복지시설과 정신병원, 각종 명의 도용 범죄들은 복지시스템의 민낯을 고스란히 내보인다. 넝마주이, 머슴살이, 염전, 양계장, 각종 건설현장에서 끊임없이 일하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능한 사람’, ‘게을러서 생계조차 꾸리지 못한 사람’으로 낙인 찍힌 이들에게 사회가 제공하는 안전장치가 무엇이었는지 되묻는다. 김세미 기자 ab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