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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틈새로 계절이 스며드는 독립출판 마당

등록 2021-12-03 04:59수정 2021-12-03 10:31

[한겨레Book] 우리 책방은요 - 마당책방

분주한 신설동 가죽거리, 그 속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걷다 보면 뜬금없는 자리에 책 입간판이 보인다. 당황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살짝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가면 활짝 열려있는 대문 안으로 따듯한 볕이 내리쬐는 책방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곳이 바로 마당책방이다.

마당책방은 신설동 가죽매장 대한피혁 창고 안 마당에 위치한 독립서점이다. 책방을 열고 마당에 있으면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여기 책방이야? 들어가도 되나?” 사람들은 선뜻 들어오길 망설인다. 나, 마당지기는 반갑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편히 들어오셔서 구경하세요!” 사람들은 후다닥 자리를 피하기도 하고 쭈뼛거리며 들어오기도 한다. 손님들은 익숙지 않은 책들의 모습에 또 놀란다. “그냥 책들이 아니네요? 독립출판물이 뭐예요?”

마당책방은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이다. 알고 오는 분들보다 이곳에서 독립출판물을 처음 만나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요즘엔 ‘인스타’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지만 책방 손님 대부분은 신설동 가죽거리나 동묘 장을 보다 오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많다. 우연히 찾아온 이 분들이 독립출판물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 매력에 빠져 자신만의 책을 만나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뿌듯하다. 책방에서 독립출판물을 만나고 독립출판을 시작하신 분도 있고 독립출판물의 매력에 빠져 이 동네에 들를 때마다 책을 너댓권씩 사 가는 손님도 있다. 이럴 때면 뜬금없는 이곳에 책방을 열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마당책방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나는 ‘책방이 마당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당에 평평한 투명 지붕이 설치되어 있지만, 책방과 지붕 사이에 15센티미터 정도 틈이 있다. 그 틈 때문에 책방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올 때 바람이 불면 빗물이 책방 안으로 튀기 때문에 책을 진열할 수 없고, 날이 너무 더우면 냉방이 안되기 때문에 책방 문을 열 수 없다. 하지만 그 틈은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그 틈 덕분에 바람이 통하는 순간을, 눈이 오는 순간을, 보슬보슬 비가 내리는 그 순간을 책과 함께 보낼 수 있다.

책방은 계절의 변화에도 민감하다. 단골손님들은 처음 책방에 왔을 때 봤던 아주 작은 나무 열매가 어느새 손가락만 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또 여름에 푸릇푸릇 자라나던 식물들이 어느새 단풍으로 물든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어가기도 한다. 지난 2월 책방을 열고 이제 12월이 왔으니 책방에서 겨울, 봄, 여름, 가을을 모두 보냈다. 시 코너에 볕이 드는 시간, 올리브 나무의 높이, 다시 천장 위로 지나다니기 시작하는 고양이들을 보며 책방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마당책방은 언제든 당신을 위해 천천히 열려 있을 것이다. 당신이 어느 계절에 담겨있든, 어떤 마음이든 마당책방을 찾아주길 바란다. 책방은 자연스레 계절의 속도에 맞춰 오늘도 굳건히 이상하고 잔잔하게 흘러갈 테니 말이다.

글·사진 이예현 마당책방 대표

마당책방

서울 종로구 난계로27길 30-7

instagram.com/ma_dang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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