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매커니즘 ‘전라도’
산업화 과정에서 배제되고
수도권 체제에서 소외돼
자생적 정치·발전역량 갖춰야
산업화 과정에서 배제되고
수도권 체제에서 소외돼
자생적 정치·발전역량 갖춰야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호남의 이야기
조귀동 지음 l 생각의힘 l 1만7000원 <전라디언의 굴레>. 제목은 도발적이나 의미는 역설적이다. 한국사회에서 이어져온 ‘호남 차별’을 날것 그대로 직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13년차 회사원’이라 밝힌 저자는, 경제 영역에서 기사를 써온 기자다. “광주 풍향동, 산수동, 두암동에서 살았고 전남대 후문, 충장로에서 자”란 저자는 그 스스로 ‘전라디언’이라 지목되었을 터다. 자신의 뿌리를 탐색하고, 정치경제적 연원을 파헤쳐 가려는 것이 저작 의도라 할 수도 있겠다. 저자의 말마따나 “전라도는 단순히 출신 지역이 아니다.” 차별의 매커니즘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영호남 남녀의 사랑이 금기시 되던 한두세대 전 이야기가 아니다. 2018년 경기도 한 편의점에서 주민등록번호가 호남 번호이면 채용하지 않겠다는 일까지 있었다. 저자는 노동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호남차별은 인종차별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같은 한국인에게 무슨 인종 차별이냐고? ‘백인종의 나라’ 미국에서 아일랜드인과 이탈리아인이 받아온 차별을 떠올려 보라. ‘전라디언’은 수많은 멸칭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전라디언’의 연원을 저자는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찾는다. 호남 출신 엘리트들은 정치권력에서 배제된다. 박정희 세력이 대표하는 티케이(대구경북) 네트워크가 국가를 장악하고 피케이(부산경남)는 티케이의 하위 파트너 구실을 했다. 전남 연고인 대창석유 계열로 에스케이텔레콤(SKT) 최대 휴대폰 대리점인 이앤티(E&T) 사례가 흥미롭다. 호남 토착 기업은 휴대전화 판매밖에 못하는데, 제조사들은 삼성 등 경남 출신들이 만들었다. 1950년대 이래로 상업자본이 산업자본으로 전환하는 데 호남 자본가들은 배제된 결과다. 한편 산업화 과정에서 호남 출신들은 도시 하층 노동자로 재편된다. 도시 빈민의 등장이었다.

광주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GGM) 내부 모습. 광주글로벌모터스는 독일 ‘아우토 5000’ 모델을 본떠 만들어진 경차급 스포츠실용차 캐스퍼를 생산하는 위탁조립공장이인데 사실상 현대차의 ‘호의’에 의존하는 사업이라는 한계가 뚜렷하다. 광주나 전남이 최근 내놓는 지역개발 공약은 대부분 ‘중앙’의 시혜성 사업을 발전시키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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