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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거리] 연말 공상

등록 2021-12-10 04:59수정 2021-12-10 19:45

연말 기분이 잘 안 납니다. 감염병의 위세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느껴집니다. 여행이나 공연관람은 생각도 못 하고, 나들이나 모임도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에 꺼려집니다. 쨍한 겨울 정취도 느껴지질 않습니다.

책 밖은 없는 듯, 책밖에 없습니다. <그 부류의 마지막 존재>를 늦은 시간까지 읽다가 문득 공상에 빠졌습니다. 마음이라는 것이 있구나, 감각하게 한 소설이었습니다. 시그리드 누네즈는 영어로 썼을 텐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나고 섬세한 여운이 남을까. 번역가의 힘이겠지. 외국어로 번역된 국내서를 읽는 외국인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 제가 알 길은, 필연적으로 없겠지만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 있는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와 설산. 게티이미지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 있는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와 설산. 게티이미지

국내 책의 해외 번역 출간이 늘고 있는데, 국내 출판시장의 규모가 충분하다면? 한반도가 통일되면 시장은 더욱 커질까? 2020년 기준 한국 인구 5178만에 북한 인구 2578만을 더하면 7756만명입니다. 그 위에는 동북3성. 2020년 인구가 9851만이라는데 이 중 한글을 아는 재중동포는? 일본 1억2580만명에 버금갈 수는 있을까. 여기저기서 발표하는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 목록을 떠올리자 공상은 잦아듭니다. 시장 규모가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겠습니다.

다만 통일이건 평화적 공존·교류이건 필히 한반도인들 특히 한반도 남쪽 시민들의 인식 폭을 넓힐 기회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휴전선과 바다로 가로막힌 이 땅에서 벗어날 길은 비행기나 배밖에 없습니다. 섬처럼 고립된 우리에게, 팬데믹을 견디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마스크와 백신, 그리고 무엇보다 사유의 확장 아닐까요? 만주로 시베리아로 사막과 지중해와 세렝게티로 차를 몰고 떠나는 데까지 거침없이 펼쳐나가는 데서 시작하는.

김진철 책지성팀장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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