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순천역 앞 골목에 작은 책방을 열었습니다. 개인이 기획하고, 쓰고, 인쇄하고 유통하는 책 독립출판물을 본 우리 지역 사람들이 하나같이 물었습니다. “이게 책인가요?” 이 질문이 “아, 이런 책도 있네요”라고 바뀌는 데 꼬박 5년이 걸렸습니다. 책방심다는 독립출판물을 중심으로 단행본과 그림책, 지역 콘텐츠를 판매하는 서점입니다.
순전히 독립출판물이 가진 매력 때문이었습니다. 책을 만들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형식의 자유로움에 놀랐고 작은 이야기와 사람들이 좋았습니다. 책 속에는 아흔 살 넘은 할머니의 요리 레시피가 있었고, 청소하며 사는 청년의 이야기가 있었고, 누구에게도 내보이지 못했던 우울에 대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의 집사가 되기까지 과정과 오래된 아파트를 기록한 책도 있었습니다. 일상의 이야기가, 중심에서 비켜난 시선이 책으로 묶여 사람들을 만나는 지점이 좋았습니다.
독립출판물 판매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독립출판물 전문 유통망이 있지만 대부분 책은 작가와 직접 거래해야 합니다. 소개하고 싶은 독립출판물을 찾아 ‘입고’라는 과정을 거쳐 손님들과 만나게 하는 데는 많은 품이 들었습니다. 애써 입고된 책들이 책으로 존중받는 데는 또다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함께 독립출판물을 만들어 보자고. 이런 책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보자고.
‘독립출판씨앗학교’와 ‘순천아트북페어-자란다’라는 독립출판 워크숍과 축제가 만들어졌습니다. 2018년 시작한 이 두 프로젝트를 위해 지역 청년들과 함께 매년 책 농사를 지었습니다. 좋은 책을 함께 읽고, 글을 쓰고, 서로 도와 프로그램을 배웠습니다. 지난 4년 동안, 40여 명이 자신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300여 팀의 창작자가 순천으로 찾아왔고, 독립출판 축제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작은 이야기가 가진 힘, 그것이 가진 가치 있음에 대해 더 생각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많은 사람이 독립출판물과 단행본의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명 작가가 1인 출판사가 되어 독립출판 하기도 하고, 독립출판물이 콘텐츠의 가치 있음을 인정받아 기성 출판사를 통해 다시 출간되기도 합니다. 독립출판 또한 세분되어, 기획과 원고작성은 작가 1인이 하지만 디자인과 유통 등은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좋은 콘텐츠는 출판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작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한 이야기 씨앗이 있다면, 언제가 꼭 한번 그 씨앗을 싹틔워보는 경험을 가졌으면 합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해 본다면 이 작은 책들을 좀 더 존중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 속 이야기를 존중하는 마음은 내가 만나는 여러 사람을 열린 마음으로 보겠다는 시선과도 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만든 책을 언젠가 책방심다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김주은 책방심다 책방지기
책방심다
전남 순천시 역전2길 10 (조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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