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도시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방준호 지음 l 부키 l 1만5000원
전라북도 군산 인구 4분의 1을 책임지던 현대중공업과 한국지엠(GM) 공장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두 공장의 폐쇄로 인한 실직 사태는 아주 사소한 숫자에 불과했다. 공장이 사라진 도시의 사람들은 ‘더 중요한’ 기삿거리에 묻혔다. <한겨레21> 기자인 지은이는 ‘덜 중요한’ 말을 듣고자 군산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가장 먼저 한국지엠 군산 공장의 정규직 직원이었던 김성우(가명)씨를 만난다. <실직 도시>는 지은이가 6주 동안 군산에 머물며 만난 평범한 사람 서른 명의 목소리를 조곤조곤 기록한 책이다.
군산은 한때 세계도시를 꿈꿨다. 2000년대 중반 조선산업이 한국 산업의 주축이 되자, 군산도 함께 정점에 이르렀다. 평범한 군산시 공무원이던 백일성씨의 입으로 그려진 군산의 모습은 찬란했다. 인구 50만의 도시도 이뤄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빛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재의 군산은 지은이의 표현을 빌리면 “반전도 없이 삶이 이어지는 곳”이다. 그런데도 묵묵히 살아야 하는 이들이 지금도 군산을 구성하고 있다.
한국GM
지은이는 보통 기자로서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대개의 기사는 군산의 흥망성쇠를 건조한 숫자로 표현한다. 하지만 지은이는 군산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섬세하게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 그와 별개로 지은이는 자기반성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스스로도 이 책을 ‘취재기’이자 ‘반성문’이라고 규정했다. 군산은 희망으로 쌓아 올려진 도시였기에 섣부른 기대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실직 도시>는 가장 현실적인 군산의 모습을 기록한 것일지 모른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