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문명, 서구보다 200년 앞섰지만, 원·명·청은 암흑·퇴보기
신문기자 20여년 집필…2007년 출간금지뒤 홍콩 무삭제 출판
신문기자 20여년 집필…2007년 출간금지뒤 홍콩 무삭제 출판

근대의 문턱에서 좌절한 중국 문명을 반성하다
샤오젠성 지음, 조경희·임소연 옮김 l 글항아리 l 2만9000원 송나라에 무슨 슬픈 사연이 있기에? 감성을 자극하는 제목에 혹해 가볍게 잡을 책이 아니다. ‘중국문명의 반성’이 원제다. 요순, 춘추전국, 진, 한, 당, 송, 원, 명, 청, 현대…. 중국사를 꿰뚫어 흥망성쇠를 돌아보면서 현대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지은이 샤오젠성(67)은 중국 후난(호남)성에 소재한 <후난일보> 자심편집(資深編輯)으로, 우리로 치면 대기자 겸 편집인에 해당한다. 1972년 편집, 취재기자로 시작해 줄곧 신문계에 종사하며 300만 자의 신문기사와 책을 썼다. 이 책은 20여 년 자료조사와 집필을 거쳐 완성됐다. 2007년 출판사의 삭제과정을 거쳐 펴내려다 발행금지 처분을 받았다가 2년 뒤 홍콩에서 무삭제 원본으로 펴낸 바 있다. 기술 방식에 신문쟁이 특징이 배어 있다. 사실을 바탕으로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뭐가 얘기가 되는지를 간파해 핵심을 치고 들어간다. 역사에 관한 저술이니만큼, 시대구분에 따라 시말을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쳐낼 건 쳐내고 중요한 것 위주로 사실을 정리하고 의미를 따진다. 지은이는 송나라를 중국문명 전성기라고 본다. 당대 시가지를 그린 ‘청명상하도’를 보라. 경제가 가장 번영하고 백성의 생활이 풍요로웠다. 북송의 화폐수입은 평균 4000만~5000만 관(貫, 1관=엽전 1천개)이었다.(이 가운데 상세(商稅)가 800만 관으로 20% 수준이다.) 명나라가 잘나갈 때인 1600년 세입이 은 400만 냥(1냥=1관), 청나라 함풍연간(1850년 전후) 세입이 3000만 냥이었던 점과 비교된다.(당시 청나라 인구는 송의 2~3배였다.) 화약, 나침반, 인쇄술, 지폐, 방직기, 청자 등 중요한 발명품이 그때 나왔다. 송 문명은 동시대 서구문명보다 200년 앞섰다고 본다. 지은이는 그 원인으로 셋을 꼽는다. 첫째 인의를 바탕으로 한 중앙집권제 정치, 둘째 사유재산 보호와 상공업 장려, 셋째 대외개방을 통한 다원사회화. 원, 명, 청은 넓은 영토를 남겼으나 문명이 퇴보하고 백성이 노예가 된 점에서 암흑기, 쇠락기라고 본다. 송나라에 한 장을 할애한 데 비해 세 왕조를 한 장에 몰고, 기형적인 사회모습을 뭉뚱그려 기술한다. 지은이는 콜럼버스 항해에 비견되는 명대 ‘정화 원정’을 두고, 쿠데타로 집권한 연왕 주체(성조)가 해외로 달아난 건문제를 잡기 위한 추적대일 뿐이라고 본다. <삼국연의>와 <수호지> 역시 패거리, 건달문화 등 중국인의 민족성에 해악을 끼친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발매금지 처분은 마지막 장인 ‘실패로 끝난 문명전환’ 때문인 듯하다. 현대 중국의 전야인 무술변법, 신해혁명, 5·4운동, 국공합작 등을 다룬다. 여느 챕터의 3~4배 분량이다. 서구 침략이 없었다면 중국이 서서히 현대문명으로 발전했을 거라고? 노. 영국이 아편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다고? 노. 무술변법 실패가 수구파, 광서제 탓이라고? 노. 지은이는 중국과 대만 모두 국부로 모시는 쑨원(손문)을 독하게 비판한다. 반만(反滿)과 대통일에 매몰돼 위안스카이 좋은 일만 했고, 신해혁명에 큰 기여를 못했으며, 정치투쟁이 긴요한 때 철도부설에 꽂혀 있었다. 5·4운동으로 인해 민주헌정이 아닌 일당독재 물꼬가 트인 점도 못마땅하다. ‘혁명의 역적’ 천중밍에 대한 재평가도 주목된다. 쑨원이 사주해 그를 살해하지 않았다면 지방자치에 기반한 연방국가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임종업 <뉴스토마토> 편집위원

북송대 화가 장택단(1085∼1145)이 당시 수도였던 변경(현재 카이펑)의 청명절 풍경을 그린 청명상하도 부분. 당대 상업, 교통, 건축, 풍속을 사실적으로 그린 명품으로 오마주 작품이 많이 나왔다. 글항아리 제공

북송대 화가 장택단(1085∼1145)이 당시 수도였던 변경(현재 카이펑)의 청명절 풍경을 그린 청명상하도 부분. 당대 상업, 교통, 건축, 풍속을 사실적으로 그린 명품으로 오마주 작품이 많이 나왔다. 글항아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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