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3분이면 읽는 책 한권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다니. 미국의 그림책 작가 엠(M). 비(B). 고프스타인은 <뉴욕타임스>의 평가 그대로 “단순함이 가진 궁극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가다. 간결한 글과 그림으로 삶을 표현하는데 사랑스러움이 치명적이다. 읽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 여운에 다 읽은 책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게 된다. 신간 <브루키와 작은 양> <할머니의 저녁 식사>가 그렇다.
먼저 <브루키와 작은 양>. 작은 양과 사는 브루키는 양을 아주 사랑한다. 양을 위해 책 읽는 법, 노래 부르는 법을 가르치지만 양은 한결같이 “매애 매애 매애” 거린다. 브루키는 그런 양을 위해 ‘매애 매애 매애’라고 쓰인 책과 노래책을 준비한다. 양과 노래하고, 산책하는 모든 시간이 브루키에겐 기쁨이다. 브루키는 양의 귀 뒤를 긁어주고, 양은 “매애” 거리며 브루키를 안아준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아끼는 성숙한 사랑이 무채색 사각 프레임에 고스란히 담겼다.
<할머니의 저녁 식사>는 1977년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부르는 칼데콧 명예상을 받은 작품이다. 작가가 어린 시절에 미네통가 호수에서 할머니와 보냈던 추억을 녹여 만들었다. 할머니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차려 먹고 햇빛을 가릴 모자와 낚시도구를 챙겨 물가로 간다. 배를 타고 나가선 온종일 낚시를 한다. 잡아온 물고기로 저녁을 맛있게 먹은 뒤엔 설거지를 재빨리 하고 잠을 청한다. 내일 새벽, 다시 낚시하러 나가기 위해서다.
반복되는 할머니의 일상은 단순하지만 단단하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소소한 삶에서 행복을 찾는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일상으로 보일지 모르나 그 안엔 어떤 평지풍파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평안이 있다. 두 책을 번역한 이수지 작가는 “고프스타인의 그림책에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딱 필요한 것만 있다”고 말한다. 거창하지 않은 인생 철학이 농축된 두 책으로 새해를 열어봐도 좋을 듯하다. 4살 이상.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그림 미디어창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