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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노래가 다시 내게로 왔다

등록 2006-02-16 17:22수정 2006-02-17 16:50

한돌의 <저 산 어딘가에 아리랑이 있겠지>
한돌의 <저 산 어딘가에 아리랑이 있겠지>
인터뷰/<저 산 어딘가에 아리랑이 있겠지> 낸 한돌씨

“누구나 자기만의 보물을 갖고 삽니다. 나의 보물은 노래인데, 그게 어느날 내게서 불현듯 빠져나가 사라졌습니다. 이 책은 나의 노래를 다시 찾으려 헤맨 여정의 기록이고, 또 겨레가 함께 부를 아리랑을 캐는 과정의 기록이기도 하지요.”

‘유리벽’ ‘불씨’ ‘개똥벌레’ 같은 포크송의 작사·작곡가 한돌(53)씨가 어느날 잃어버린 그의 노래를 찾아, 아리랑을 찾아 백두산이며 압록강·두만강, 그리고 지리산을 누빈 10여년을 담아 <저 산 어딘가에 아리랑이 있겠지>(실천문학사 펴냄)를 펴냈다. 그는 노래를 ‘짓는다’ 하지 않고 ‘캐어 다듬는다’고 말하고, 자연스럽게 우러나 넘치는 노래라는 뜻으로 포크송을 일러 ‘타래’(추위를 타다의 ‘타’와 노래의 ‘래’를 합해 만든 말)라 부른다.

애초 이 책은 그의 개인 기록이었다. 노래 하나를 캐면 그 노래에 얽힌 사연과 느낌을 짧은 글로 남기는 게 그의 버릇인데, 최근에 완성한 ‘한뫼줄기’란 노래의 사연은 너무도 깊고도 절절해 글을 쓰다보니 한 권의 책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나의 속마음을 다 드러내어 쑥쓰럽게 만드는 책”이란다.

“1994년부터 우리 겨레가 다함께 부를 아리랑을 캐러 여러 곳을 누볐습니다. 옌벤 조선족도 만나고 북한 사람들도 만나고 지리산도 누비고…. 늘 하던대로 쉽게 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도무지 ‘아리랑’을 캘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다섯번째 찾아 올라간 백두산에서 정말 이제 죽었다 싶은 큰 일을 당했죠.”

그 때 죽을 고비에 ‘노래’가 그를 살리고선 그의 몸에서 떠나버린 느낌을 강렬하게 체험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 뒤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93, 94년께부터 게으름증에 걸려 내가 노래를 제대로 캐고 다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번쩍 깨달았죠. ‘마음의 마비’ 증상 같은 거였어요. 노래는 내게 따끔한 깨달음을 주려고 나를 떠났고…, 이후에 나는 노래를 더이상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답답한 그는 그를 떠난 노래를 다시 맞이하려 백두산에 다시 올라 ‘애원’하기도 하고 지리산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2003년 봄 지리산 산장에서 찬란한 봄눈을 맞으며 “노래가 다시 내게 돌아온” 신비한 체험을 했노라 말한다. 신기하게도, 10년 넘게 완성곡 하나 만들지 못한 그는 그제서야 마음을 추스려 노래를 다시 다듬기 시작했다. 미완성으로 남겨둔 노래 서너 곡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노래’를 어떤 인격체처럼 여겨 애지중지하는 한 음악인의 진지한 창작의 고뇌와 지난한 노력을 보여준다. 창작의 샘물은 그에게 생각이 앞서는 머리가 아니라 우리시대 사람들 그리고 산하와 함께 울리며 느낄 줄 아는 마음인 듯하다.

책의 말미에 그가 10여년 동안 캐어 다듬은 아리랑의 하나로서 ‘한뫼줄기’(‘백두대간’을 우리말로 바꾼 이름)란 노래의 노랫말과 가락이 실려 있다. “노랫말과 가락에 아리랑이 없어도 남이든 북이든 한 마음으로 이어주는 노래면 다 아리랑”이라고 말하는 그의 ‘아리랑론’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너나없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라고 가르친다.

“저기 저 산 어딘가에 아리랑이 있겠지/ 등 굽은 세월 속에 애써 웃던 눈물이여/ 지리산 천왕봉에서 백두산 장군봉까지/ 이제 우리 만났으니 아리랑을 찾아보세.”(‘한뫼줄기’ 1절)

이제 조금씩 노래를 추스리는 중이라는 그는 오랜 침묵 끝에 기지개를 켜고 올해 하반기엔 ‘한돌의 타래 이야기’라는 이름의 전국 순회공연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한다. 쉰을 넘은 그의 얼굴엔 여전히 해맑은 미소가 퍼진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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