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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호랑이해 되었으니 고양이 만화를 읽자

등록 2022-01-31 09:59수정 2022-01-31 10:24

김태권 추천 고양이 만화·그래픽노블
박물관에 숨어 사는 고양이들
반 고흐 그림이 고양이 솜씨?
고양이로 태어난 프로이트·케인스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비아북 제공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비아북 제공

호랑이해가 되었으니 고양이 만화를 읽자. 2022년을 맞아 두 종의 눈길 끄는 만화책이 발행됐다. 시사만화 ‘장도리’로 유명한 박순찬 만화가의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박홍순 글, 비아북), 그리고 마쓰모토 다이요(마츠모토 타이요)의 <루브르의 고양이>(서현아 옮김, 문학동네)이다.

&lt;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gt; 표지. 비아북 제공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표지. 비아북 제공

&lt;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gt; 표지. 비아북 제공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 표지. 비아북 제공

마쓰모토 다이요는 전설의 명작 <핑퐁>과 <죽도 사무라이>를 그렸다. 출판사는 그를 “만화가들의 만화가”라고 소개한다. 그림으로 연출로, 우리 세대 만화가에게 영향을 줬다. <루브르의 고양이> 역시 그림이 빼어나다. 재미도 있다. “밤의 미술관은 고래 뱃속 같다.” 겹겹이 미스터리에 판타지다. 루브르 박물관에 몰래 고양이들이 산다면? 그림 속에 들락거리는 고양이와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그림 속 목소리를 들은 적 있나?” 루브르에서 평생을 보낸 수수께끼의 노인은 말한다. “어느 날 누나는 사라졌어. 그림 속으로 들어간 거야.”

&lt;루브르의 고양이&gt; 표지. © 2017 Taiyo MATSUMOTO / SHOGAKUKAN Futuropolis / Musée du Louvre éditions, Paris
<루브르의 고양이> 표지. © 2017 Taiyo MATSUMOTO / SHOGAKUKAN Futuropolis / Musée du Louvre éditions, Paris

&lt;루브르의 고양이&gt; 표지. © 2017 Taiyo MATSUMOTO / SHOGAKUKAN Futuropolis / Musée du Louvre éditions, Paris
<루브르의 고양이> 표지. © 2017 Taiyo MATSUMOTO / SHOGAKUKAN Futuropolis / Musée du Louvre éditions, Paris

배경에 빼곡히 그려 넣은 루브르 박물관과 미술품 그림이 매력적이다. 미술품을 몰라도 이야기가 재미있으니 만화는 술술 넘어간다. 그래도 만화 중간중간에 가끔 아는 미술품이 눈에 띄면 반갑다.

미술과 고양이는 잘 어울린다. 요즘 나온 책은 아니지만 그래픽노블 <빈센트와 반 고흐>(최정수 옮김, 아트북스, 2004)도 좋다. 하나가 아니라 둘, ‘빈센트 반 고흐’가 아니라 ‘빈센트와 반 고흐’다. 반 고흐는 우리가 아는 그 화가고 빈센트는 고양이다. 반 고흐의 걸작으로 알려진 작품이 사실은 천재 고양이의 솜씨라면? 지은이 그라디미르 스무자의 상상이 흥미롭다. 그림은 더 좋다. 반 고흐가 쓰던 빛나는 색으로 한컷 한컷 공들여 칠을 했다.

&lt;빈세트와 반 고흐&gt; 표지. 아트북스 제공
<빈세트와 반 고흐> 표지. 아트북스 제공

고양이는 화가와 만화가의 친구다. <우당탕탕 고양이 클럽>(딸기책방, 2019)도 그 내용이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박윤선 만화가가 그렸다. 곰돌이와 슈피와 쁠륨은 고양이님이시다. 자기들 집에 인간 마리를 데리고 살아주신다. “마리는 우리가 잘 때 침대를 미리 따뜻하게 덥히기도 하고 우리 밥도 챙겨준다.” 고양이님은 큰 관심이 없지만 마리의 직업은 반 고흐처럼 화가다. 고양이의 일상이 즐겁다.

&lt;우당탕탕 고양이 클럽&gt; 표지. 딸기책방 제공
<우당탕탕 고양이 클럽> 표지. 딸기책방 제공

&lt;우당탕탕 고양이 클럽&gt; 표지. 딸기책방 제공
<우당탕탕 고양이 클럽> 표지. 딸기책방 제공

다른 예술이라면 밋밋할지도 모를 일상 이야기가 만화로 그리면 재미있다. 난 만화가의 <틴틴팅클!>(중앙북스, 2021)은 소소한 일상툰이다. ‘난’은 작가의 필명이다. “주인공 틴틴이와 팅클이는 반려 고양이끼리 다투는 것을 보고 영감받아 태어난 캐릭터입니다.”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고, 동생을 잃어버리고 되찾고, 생활인 누구나 겪는 이야기다. 그런데 재미있다. 또 따뜻하다. 나도 여덟살 난 우리 딸도 함께 좋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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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팀팅클!> 표지. 중앙북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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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팀팅클!> 표지. 중앙북스 제공

고양이는 사람과 닮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느 날 고양이가 사람의 말을 한대도 크게 놀라지 않을 것이다. 조안 스파르의 그래픽노블 <랍비의 고양이>(심지원 옮김, 세미콜론, 2006)에서도, 랍비가 키우던 고양이가 갑자기 사람의 말을 하게 된다. 고양이는 포부가 대단하다. 교육을 받고 유대인 공동체의 버젓한 일원이 되어, 랍비의 딸 즐라비야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하겠다는 것이다. 흥미진진한 만화다. 절판 상태라 아쉬울 뿐.

&lt;랍비의 고양이&gt; 표지. 세미콜론 제공
<랍비의 고양이> 표지. 세미콜론 제공

&lt;랍비의 고양이&gt; 표지. 세미콜론 제공
<랍비의 고양이> 표지. 세미콜론 제공

그런데 이 만화를 다르게 읽는 방법이 있다. 만화의 배경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알제리 땅, 그곳의 유대인 공동체다. 나중에 일어날 일을 우리는 안다. 프랑스 정부는 알제리 사람들의 독립 요구를 짓밟을 것이다. 참혹한 전쟁이 벌어질 것이다. 알제리의 수십만 유대인은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날 것이다. 만화 속 사람들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지만 불길함을 어렴풋이 느낀다. 20세기 현대사라는 심각한 주제를 심란하지 않게 건드리는 만화다.

진지한 주제를 아기자기하게 풀어낸 만화로 <고양이 맙소사, 소크라테스!>를 추천한다. 부제는 “산책길에 만난 냥도리 인문학”이다. 박순찬 만화가는 캐리커처의 대가다.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이 고양이가 프로이트다” “이 고양이가 케인스다” 쉽게 알아볼 수 있어 즐겁다. 체 게바라의 죽음을 설명하는 그림이 눈에 띈다. 체 게바라의 주검을 찍은 유명한 사진 대신, 작가는 만테냐의 회화 <죽은 그리스도>를 새로 그렸다. 명화의 오마주를 통해 체 게바라의 죽음에 새로운 의미를 줬다. 그 몸과 얼굴을 고양이로 바꾸어 그렸다. 자칫 부담스럽거나 어색할 장면이 잘 넘어갔다. 다 고양이 덕분이다. 호랑이해에도 야옹!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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