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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인의 마을] 신발 모양 어둠 - 심재휘

등록 2022-02-11 05:00수정 2022-02-17 11:11

끈이 서로 묶인 운동화 한켤레가 전깃줄에
높이 걸려 있다 오래 바람에 흔들린 듯하다
어느 저녁에 울면서 맨발로 집으로 돌아간
키 작은 아이가 있었으리라
허공의 신발이야 어린 날의 추억이라고 치자
구두를 신어도 맨발 같던 저녁은
울음을 참으며 집으로 돌아가던 구부정한 저녁은
당신에게 왜 추억이 되지 않나
오늘은 짙은 노을이 당신의 발을 감싸는 하루
그리고 하루쯤 더 살아보라고 걸음 앞에
신발 모양의 두툼한 어둠이 내린다

-심재휘 시집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창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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