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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화분 키우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

등록 2022-02-25 04:59수정 2022-02-25 10:17

[한겨레BOOK] 김소영의 그림책 속 어린이

화분을 키워 주세요
진 자이언 글,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그림, 공경희 옮김 l 웅진주니어(2019)

한동안 식물을 기르는 즐거움에 빠져 살았다. 베란다는 말할 것도 없고 집안 곳곳에 화분을 두고 가꾸었다. 어디에 가든, 심지어 드라마 화면 속에서도 식물이 먼저 보였다. 새 화분을 들일 때나, 키우던 식물에서 꽃이 피고 새잎이 날 때면 신이 나서 에스엔에스에 자랑했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도 화분 가꾸기를 좋아한다. 전에는 식물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선인장을 말라 죽게 하는가 하면 물에 꽂아 둔 가지에 잔뿌리가 난 것을 곰팡이로 오해해 다 뜯어버릴 정도였다. 식물이 있는 생활은 훨씬 풍요롭다. 그 시작을 생각하면 <화분을 키워 주세요>가 있으니, 내 인생의 그림책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토미는 휴가를 간 이웃들의 화분을 돌보기로 한다. 아빠가 바빠서 휴가를 못 가는 대신, 토미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웃에게서 받아 온 크고 작은 화분들이 집안에 빼곡하게 들어서자 아빠는 불만을 터뜨리지만, 약속은 약속이라는 듯 아이를 야단치거나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토미가 화분을 잘 돌본 덕분에 화초들은 나날이 무성해진다. 화분에 둘러싸여 밥을 먹을 때면 소풍을 나온 것 같고, 식물로 뒤덮인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면 정글에 온 것 같다. 토미가 이렇게 화분을 잘 돌보는 비법은 간단한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기술인지도 모른다. 바로 그늘에 둘 것과 햇빛에 둘 것을 구분하고 화분에 따라 물을 듬뿍 주거나 조금 주는 것이다.

이 그림책 자체도 단순하고 소박한 방법으로 독자를 즐겁게 한다. 짧은 이야기 안에서 긴장이 생기고 해소된다. 순조롭게 펼쳐지던 토미의 화분 돌보기가 식물들이 ‘너무 크게’ 자라는 위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토미가 일을 잘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는 점이 재미있다. 토미는 자기다운 해결책을 찾아낸다. 원칙에 맞게, 발전적인 방향으로. 그림도 그처럼 성실하다. 식물들은 물론이고 화분이며 화분 받침까지 제각각 다른 형태와 크기로 생기있게 그려졌다. 파랑과 노랑 두 계열의 색만으로 다채로운 색감을 표현한 점도 좋다.

이 책을 보면 화분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래서 나도 식물들로 공간을 가득 채워보았다. 전에는 화분 한두 개도 부담스러워했는데, 오히려 돌볼 식물이 많아지니 작정하고 시간과 마음을 쓰게 되었다. 화분의 자리를 정할 때 그늘과 햇빛을 먼저 살폈다. 식물과 흙의 상태를 보아가며 물을 주었다. 하나씩 매번 새롭게 살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왜 몰랐을까? 실패해서 떠나보낸 화분도 적지 않지만, 어느덧 친구가 분갈이를 부탁할 만큼은 되었다. 토미를 따라 하다가 토미와 비슷해진 셈이다.

독서교실의 새 학기를 맞이해서 조금 이르다 싶게 봄을 준비하기로 했다. 새 화분을 들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세상이 걱정되고 때로는 겁이 나지만 어린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 어린이와 나누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다. 좋은 그림책들에게서 힘을 얻는다. 4~7살.

김소영 독서 교육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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