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을 펴지 못하고 떠난 당신에게
아내를 잃고 띄우는 조선 선비들의 편지
박동욱 지음 l 궁리 l 1만6800원
조선 후기 문신 심노승의 아내는 “눈썹을 펴지 못하고 떠”났다. 16살에 동갑내기로 결혼한 부부는 1남3녀를 뒀지만 둘째 딸만 남고 모두 세상을 떠난다. 마지막 아이를 잃는 해에 아내마저 숨진다. 기쁜 일이 없어 눈썹도 펴지 못한 채 떠났다. 심노승은 그 뒤로 2년 동안 시 26편, 글 23편을 아내를 그리워하며 남긴다. 축첩 하고 재취로 후사를 잇는 게 당연하고 유배를 가서도 후실을 들이던 ‘남존여비’의 조선시대에도, 아내를 잃고 그리워하는 선비들이 있었다.
<눈썹을 펴지 못하고 떠난 당신에게>는 조선시대 13명의 사대부와 그 부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생만 하다 떠난 조강지처를 그리워하고, 떠난 아내가 꿈에 나와 슬퍼하고, 죽은 지 수십년이 흘러도 아내를 잊지 못하는 양반 남편들의 이야기다. 뜻밖이다 싶지만 첫날밤에나 얼굴을 봤다는 조선시대라고 부대끼며 살아가며 쌓인 부부의 정이 없을 리 없다. 특히 아내를 그리워하는 이들은 아내가 떠난 뒤에야 출세한 경우가 많다.
남인의 거두 채제공은 “눈물을 훔치며” 시를 썼다. “떠나기는 한다지만 어찌 만나랴/ 내가 가도 이미 다 늦은 일이네/ (…) 처량하게 이별할 때 건네던 말은/ 차마 다시 떠올리지 못하겠구나.” 부친을 만나러 지방에 가 있는 사이에 아내가 친정에서 숨졌으니,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돌아가도 아내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회한과 비감만 가득하다. 사대부 13명이 그 시대의 예외일지 몰라도,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부부란, 가족이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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