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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지금 당장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등록 2022-04-08 05:00수정 2022-04-08 13:45

[한겨레Book]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그림들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SUN 도슨트 지음 l 나무의마음(2022)

팬데믹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현지에서 활동하던 수많은 여행가이드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갑작스럽게 생계가 막막해진 여행가이드들은 ‘랜선 가이드’ 형태의 영상을 찍어 유튜브 등에 올리면서 해외여행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달래줬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거나 작가로도 변신했다. 이탈리아 여행가이드 출신 현준역은 예능 프로그램 <톡파원 25시>에서 타고난 쇼맨십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는가 하면, 김민주씨는 이탈리아 가이드 가족의 팬데믹 일상을 소개하는 책 <우리가 우리에게 닿기를>(제철소)을 출간하면서 작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서점가에는 해외 현지 가이드로 활약하던 분들의 책이 심심치 않게 출간되고 있다. 최근에는 ‘SUN 도슨트’라는 저자가 쓴 2권의 예술 책이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난 2월 <이건희 컬렉션>(서삼독)이란 책이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 깜짝 등장하더니, 이번에는 <그림들>이 출간과 동시에 화제다. 저자 소개를 보면 “미국 현지의 미술관 도슨트. 미술관 현장에서 작품과 화가에 대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그림 해설가다”라고 적혀 있다. ‘SUN 도슨트’라는 필명은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문화계 전반에 불어닥친 ‘부캐 열풍’ 때문인지 몰라도 최근 부쩍 필명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을 통해 작가로 데뷔하면서 본명이 아닌 글 쓰는 이름을 따로 쓰고 있다.

<그림들>은 ‘모마’(MoMA, Museum of Modern Art)라고 불리며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뉴욕 현대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들 가운데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대표작 16편을 소개하는 그림 가이드북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으로부터 시작해, 클로드 모네의 <수련> 시리즈,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그리고 앙리 마티스, 샤갈, 에드워드 호퍼,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등에 이르기까지, 특히 한국인들이 앞다퉈 감상하고 싶어 하는 그림이나 작가에 대한 쉽고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지금 당장 떠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마치 미술관 현장에서 직접 설명을 듣는 것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책은 ‘브런치 – 크라우드 펀딩 – (전자)책 출간’이라는 ‘베스트셀러 3단계 법칙’을 따랐다. 최근 들어 상당수의 책이 이런 경로를 거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출판계에서는 ‘베스트셀러 3단계 법칙’이란 게 생겼다. 콘텐츠 발행 플랫폼 브런치는 신인 작가 등용문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브런치를 통해 이미 3천여명의 작가가 책을 출간했다. 브런치에서 인기를 끈 원고는 와디즈나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하고 책으로 출간된다. 투자에 참여한 독자들은 적극적으로 책을 구입하고 홍보하면서 입소문 효과로 이어지고 곧장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권에 오른다.

<그림들>은 답답한 일상에 잠시나마 기쁨과 위안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반가운 책이다. 명작이 선사하는 충만한 휴식 같은 게 느껴진다. 더불어 모네의 <건초더미>를 감상하고 있는 비티에스(BTS) 리더 알엠(RM)의 뒷모습 사진도 덤으로 만날 수 있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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