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 정보라·번역가 안톤 허 간담회
“다음 작품은 남자들 죽이는 여자 이야기”
취미 질문에 “데모요”…소수자 인권 관심
안톤 허는 “한국문학 풍요롭다” 거듭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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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소설집 <저주토끼>의 정보라 작가(오른쪽)와 번역가 안톤 허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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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지음 l 아작 l 1만4800원 “제 책 <저주토끼>를 읽은 주변 분들에게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화장실에서 뭐가 나올까 봐 두렵다는 거였어요. 그 때문에 변비에 걸리셨다는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웃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상 속 사물이나 인물에서부터 출발해, 그로부터 느낀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소설을 씁니다. 그런데 특히 일상 속 인물은 그 정황을 그대로 쓰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야기는 최대한 비현실적으로 만들려고 해요.”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는 14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주토끼>에는 단편 10편이 묶였는데, 이 가운데 ‘머리’라는 단편은 화장실 변기에서 난데없이 머리 하나가 출현하는 상황을 설정했다. 다음달 26일 발표를 앞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작가와 번역자에게 함께 시상을 하는데, 이날 간담회에는 <저주토끼>를 번역한 번역가 안톤 허도 자리를 함께했다. “정보라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우선 든 생각은 문학성이 뛰어나다는 거였습니다. 장르문학에 대해 문학성이 떨어진다는 식의 오해가 많은데, 정 작가님은 아이러니와 반어를 많이 구사하신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영미권에 아주 잘 먹힐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야기도 너무나 재미있고, 여러모로 너무나 잘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저주토끼>에 실린 작품들은 독특한 상상력과 허를 찌르는 반전, 서늘한 결말이 인상적이다. 초현실적 환상과 에스에프적 설정에 자본주의 비판과 강력한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내장했다. 정보라 작가는 “제가 여성이다 보니 여성주의적인 이야기가 안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대학 시절 상금이 탐나서 응모한 ‘머리’로 문학상을 받게 되자 ‘이렇게 써도 되는구나’ 싶었고, 그 뒤로는 내가 별로 주목을 받는 작가도 아니었기 때문에 쓰고 싶은 대로 쓰자 싶어서 자유롭게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문학에는 낯선 환상성을 주된 특징으로 삼는 소설 세계는 그의 전공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는 연세대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러시아동유럽지역학 석사를 거쳐 블루밍턴 인디애나대학에서 슬라브문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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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로 선정된 <저주토끼>의 작가인 정보라 소설가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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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로 선정된 <저주토끼>의 번역가 안톤 허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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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허가 번역한 정보라 소설집 <저주토끼> 영어판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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