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자 리드 지음, 지은현 옮김 l 꾸리에 l 1만8000원 여성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호명되는 곳이 있다. 북유럽의 작지만 부유한 나라 정도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아이슬란드는 12년 동안 세계 성평등 1위를 이어가고 있는 국가다. 아이슬란드는 1980년대까지 불평등이 심한 나라였다. 1975년 여성들이 직장과 가사에서 손을 놓는 ‘휴업’을 벌이면서 사회의 인식을 바꾼 계기가 돼 이듬해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됐고 1980년엔 유럽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선출했으며, 당원 모두가 여성인 정당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성 격차가 크지 않으면서 행복지수도 높은 이 나라에선 그사이 어떤 특별한 일들이 있었던 걸까. 다양한 연령, 지역, 배경을 가진 여성들이 겪은 차별적인 시련과 진전을 들려주는 저자는 캐나다 출신의 사업가이자 작가이며, 아이슬란드 대통령의 부인이다. 자신의 직업적 삶과 국가 지도자의 배우자로서의 삶을 분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그는 이주민이라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사회 전반을 응시한다. 남성지배적인 전통과 선례를 깨고 공격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그들의 성취를 따라가다 보면 ‘스프라카르’가 가리키는 비범한 여성의 힘을 공유하고 싶어진다. 아이슬란드의 지향점은 또렷하다. 가족을 위한 양질의 보육 시스템과 여성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수단들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기능하지도 번영하지도 못한다는 정책의 확고함이 근간을 이룬다. 그럼에도 편견과 장애물은 도처에 있다. 저자는 계속해서 도전의 현장으로 삼겠노라고 긍정하면서, ‘각자가 지금 가진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된다’고 우리를 격려한다. 강선영 기자 kang102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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