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촛불 밝힌 그림들을 찾아서

등록 2022-04-15 04:59수정 2022-04-15 09:42

테르 브뤼헨 <촛불 옆에서 글 쓰는 노인>(1627~29)
테르 브뤼헨 <촛불 옆에서 글 쓰는 노인>(1627~29)

서양 미술과 촛불
김승환 지음 l 아르테스시각문화연구소 l 3만8000원

애초 관심은 독일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90)였다. 초와 해골을 모티브로 한 바니타스 정물화가 27점이란다. 출신지가 드레스덴임을 떠올리면 아하! 할 테다. 제2차 세계대전 말 수만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한 곳.

리히터의 정물화는 17세기 프랑스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1593~1652)로 이어진다. 그는 10여년에 걸쳐 ‘참회하는 막달레나’ 시리즈를 그렸다. 인물과 함께 촛불과 해골이 등장한다. 작가의 고향 로렌은 30년 종교전쟁의 중심으로 주민들 절반이 학살됐다. 공통점은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반 혼트호르스트 &lt;대제사장 앞의 그리스도&gt;(1617)
반 혼트호르스트 <대제사장 앞의 그리스도>(1617)

조선대 미체대 김승환 교수의 끈질긴 관심은 서양의 촛불 그림 전체로 확산됐다. 5년에 걸쳐 촛불이 들어간 그림은 모두 들여다봤다. 상호 연결고리를 파고든 결과물이 <서양미술과 촛불>이다. 지은이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면 근현대 서양미술에 등장하는 촛불은 우리네 기억투쟁과 흡사하다. 제1차 세계대전에 위생병으로 참전한 막스 베크만(1884~1950)의 <밤> <채소를 들고 있는 예술가들>, 1937년 독일의 공습으로 빚어진 게르니카의 참상을 고발한 피카소의 <게르니카>, 게르니카에 앞서 프랑스군의 마드리드 주민학살을 그린 고야의 <1808년 5월 3일>에도 촛불이 등장한다. (고야 그림 속 조명은 촛불이 아니라 군용램프다.)

반 혼트호르스트 &lt;즐거운 친구들&gt;(1619~20)
반 혼트호르스트 <즐거운 친구들>(1619~20)

렘브란트 &lt;부자 바보의 우화&gt;(1627)
렘브란트 <부자 바보의 우화>(1627)

스할켄 &lt;등불 아래 고대 조각상을 바라보는 젊은 남녀&gt;(1680~85)
스할켄 <등불 아래 고대 조각상을 바라보는 젊은 남녀>(1680~85)

책은 아예 뿌리를 캐는데, 거슬러 오르면 사정이 달라진다. ‘밤 그림’으로 유명한 17세기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화파의 반 혼트호르스트, 테르 브뤼헨, 그리고 한 세기를 거슬러 16세기 레이덴 화파의 렘브란트, 헤리트 도우, 호트프리트 스할켄 등에 이른다. 이들의 개신교적 훈계성 그림에는 도시화에 따른 풍속 변화상이 짙게 배어 있다. 한 발짝 더 디디면 당연히 가톨릭 종교화로 수렴된다. 지은이가 확인한 첫 촛불 그림은 헤르트헨 토트 신트 얀스(1465~1495)의 <거룩한 밤의 예수 탄생>.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 자체가 촛불이다. 그 이전엔 어둠은 악의 표징이어서 아예 그림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루벤스 &lt;촛불을 들고 있는 노인과 소년&gt;(1616~17)
루벤스 <촛불을 들고 있는 노인과 소년>(1616~17)

조셉 라이트 &lt;공기 펌프 실험&gt;(1768)
조셉 라이트 <공기 펌프 실험>(1768)

통상 촛불 그림 효시로 카라바조(1573~1610)를 꼽는데, 지은이는 그 이전 르네상스와 롬바르디아 화파, 베네치아 매너리스트의 작업에서 출현했다는 점을 밝힌다. 굿을 보려면 계면떡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일이다. 책을 펴낸 아르테스 시각문화연구소는 제자들을 위해 지은이가 세운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다.

임종업 <뉴스토마토> 편집위원, 그림 아르테스 시각문화연구소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