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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고통스러울지라도, 미래의 가능성을 상상하기

등록 2022-05-06 04:59수정 2022-05-06 11:32

[한겨레Book] 전성원의 길 위의 독서

레트로토피아: 실패한 낙원의 귀환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l 아르테(2018)

포켓몬빵이 대유행이다. 포켓몬빵은 1998년에 발매되어 한 달에 500만개씩 팔릴 정도의 인기 상품이었다. 이 상품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빵맛보다 제품에 동봉된 포켓몬스티커, 일명 붙였다 떼기를 여러 번 할 수 있어 ‘띠부띠부씰’이란 별명이 붙은 스티커 덕분이었다. 한동안 저작권 문제로 사라졌다가 이번에 재출시되면서 과거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빵이 24년 만에 재출시되어 커다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로 이른바 ‘레트로’ 열풍을 이야기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응답하라> 시리즈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같이 가까운 과거를 배경으로 제작한 드라마를 비롯해 복고적인 분위기의 대중문화 콘텐츠들이 대중의 주목과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복고풍 트렌드는 잊을 만하면 등장하지만, 최근의 레트로 열기는 시기적으로 가까운 과거를 대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실, 이처럼 가까운 과거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21세기적인 현상으로 이런 유행의 배경에는 유튜브로 상징되는 디지털 미디어 동영상 아카이브의 역할이 크다. 유튜브는 그 시절의 문화를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의 세대가 당대의 문화로 직접 소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정작 그 시절을 살았던 세대에게는 무명에 가까웠던 1990년대의 가수 양준일씨가 2020년의 대중에게 발견돼 오늘의 스타로 소환된 것이 좋은 사례이다. 이처럼 과거(레트로)를 현재의 새로움(뉴)으로 소비하는 현상을 일러 ‘뉴트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레트로 문화가 소환하고 있는 시대는 어째서 대부분 88올림픽 이후부터 90년대 중후반일까? 아마도 그 까닭은 민주화 이후 사회적 억압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대중문화적 측면에서도 자유를 만끽하며 오늘날 한류의 문화적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시대였기 때문이며, 그와 같은 시대의 공기가 오늘의 젊은 세대가 처한 힘든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지그문트 바우만.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그문트 바우만. 위키미디어 코먼스

1990년대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권위주의 독재에서 벗어나 자유와 풍요를 누리던 시대였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품을 수 있었던 시대였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만들어주었던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는 이제 빛을 잃었고, 다음 세대들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가 되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더 나은 세상으로 갈 수 있는 대안은 이제 없다고 과감하게 선언한다. 그래서일까?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의 행보를 지켜보노라면 더 나은 세상으로 국민을 이끌고 가려는 비전과 정책은 보이지 않고, 과거의 인물들이 재등장하고, 구태를 반복하고, 가까운 과거보다 더 먼 과거로 돌아가려는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요즘엔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지난 2017년 타계한 지그문트 바우만은 미래를 상상하는 새로운 힘으로서 오랫동안 ‘유토피아’란 주제에 천착해, 이와 관련한 여러 권의 저술을 남겼다. 사실상 그의 유작이 된 <레트로토피아>에서 그는 “노스탤지어는 유토피아를 대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실과 마주하는 것이 비록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아름다웠던 과거만 바라본다면, 성장도, 승리의 가능성도 없는 네버랜드에 갇히게 될 뿐이란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무엇을 희망할 것인가? 희망해야 하는가?” 묻는다. 지나간 과거의 노스탤지어가 아닌 미래의 유토피아를 상상하라!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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