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추기경 인터뷰
“여러 모로 부족한 제가 추기경으로 선택된 것은 제 자신의 어떤 점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한국 천주교가 세계 천주교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게 참작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2일 저녁 8시 서울 명동성당 옆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대주교 집무실 앞. 바티칸의 공식 발표와 동시에 새 추기경에 서임된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은 대주교의 의복인 짙은 분홍색 수단을 입고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여러 차례에 걸쳐 국민에게 영광을 돌렸다.
“하느님께서 우리나라를 축복해 주셔서 또 한 사람의 추기경이 탄생했습니다. 제2 추기경이라는 오늘의 영광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천주교뿐 아니라 국민 여러분들이 성원해 주시고,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추기경 업무를 수행하는 데도 천주교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들께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국가 전체의 발전과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천주교 내의 여러 교우, 성직자, 수도자 여러분들과 함께 우리나라 전체의 선익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조그마한 기여라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제가 여러 모로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며칠 전 바티칸으로부터 추기경 서임 소식을 들었으나, 보안을 지켜야 하는 교회 규칙에 따라 주변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를 보좌하는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허영엽 신부조차 오늘 오후에야 외부에서 소식을 전해들었을 정도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