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100쇄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은희경 작가. 문학동네 제공
“<새의 선물>이 문학동네소설상에 선정돼 문학동네 사무실에 갔을 때 편집위원들이 축하해준다고 근처 칼국숫집에 함께 갔어요. 거기서 당시 강태형 (전) 대표가 십만부 팔리면 차를 사주겠다고 해서 다들 큰 소리로 웃었던 기억이 나요. 100쇄를 찍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그게 27년에 걸쳐 쌓였다는 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은희경(64)의 첫 장편소설이자 은 작가를 한국 문단의 중요 작가로 자리 잡게 한 <새의 선물>이 100쇄를 찍으면서 개정판을 냈다. 그동안 세번 바뀌었던 표지가 초록색 장정으로 다시 산뜻하게 바뀌었고 작품 속 일부 단어와 표현 등도 다듬었다. 은 작가가 강 전 대표로부터 차 선물을 받은 건 최근이 아니라 책이 나온 해 연말. 그만큼 출간 당시부터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 책은 저에게 굉장한 빛이자 동시에 그늘이었어요. 이 책 덕분에 작가 생활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었던 반면 첫 장편이 저의 대표작처럼 평가받으며 어떤 한계 안에 저를 가두는 느낌도 들었죠. 가끔은 ‘지금 내가 쓴 작품이 훨씬 더 잘 썼는데 왜 그 책으로만 평가하나’라는 아쉬움도 컸죠. 그래도 (이번 100쇄 출간은) 27년 전 내가 던진 질문을 독자들이 (지금까지) 유의미하게 받아준다는 의미에서 작가로서 가장 큰 보람입니다.”
30일 오전 서울 서교동 북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새의 선물>이 그에게 ‘문운’을 가져다준 책”이라고 말했다. 비단 상을 타서뿐만이 아니라 그가 쓴 책 15권 중 “가장 재밌게 가장 빨리 쓴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 둘을 키우며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1995년 신춘문예에 당선되고도 예상과 달리 글 청탁 등 쓸 기회가 없자 낙심하던 그가 산중의 절에 들어가 <새의 선물>을 완성했다는 건 알려진 이야기다.
작가는 이번 개정판을 내면서 이 작품을 처음으로 다시 통독했다고 한다. “습관처럼 작품을 볼 때마다 계속해서 고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내 손을 떠난 작품은 다시 안 봐”왔는데 이번 개정판을 작업하면서는 작심하고 읽었다. 그리고 전체적인 얼개와 내용은 그대로 두면서도 일부 단어와 표현들을 바꿨다. ‘앉을뱅이 책상’은 ‘좌식책상’으로, 등장인물 중 ‘곰보아줌마’는 그냥 ‘아줌마’라고 바꿨다. 초판 출간 당시는 통상적으로 쓰이던 차별적 표현들을 교정한 것이다. “작품을 다시 읽으며 장애나 여성 비하 등의 표현들이 90년대에는 무심히 쓰였구나 새삼 확인하면서 이제 그런 말이 쓰이지 않는 게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녀가 사귀면 다음 순서는 당연히 결혼이고, 단지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남녀관계를 ‘불륜’이라고 규정짓는 관념들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변화된 현실을 단순히 반영하는 게 아니라 작품 속 시대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잘못된 것들만 거둬내는 게 개정판의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그는 작품 속의 표현을 바꿔야 할 만큼 세상이 바뀌기도 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나 개인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고유하게 지키며 살 수 있는 권리 등은 지금도 계속해 질문해야 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지금도, 앞으로도 이런 질문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겠죠.”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문학동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