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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생각] 자기다움을 위해 싸워 온, 이렇게 각별한 사람들

등록 2022-06-10 05:00수정 2022-06-10 11:19

김종철 전 ‘한겨레’ 기자 인터뷰집
고 변희수·신순애·정태인 등 20명

스스로에 충실하면서 이웃과 함께
자신에 대한 성찰, 솔직한 인정까지
트렌스젠더 군인 고 변희수 하사.
트렌스젠더 군인 고 변희수 하사.

각별한 당신
오랫동안 자기답게 살아온 사람들
김종철 지음 l 사이드웨이 l 1만8000원

“저는 기갑의 돌파력으로 그런 차별을 없애버리고 살 수 있습니다. 하하….”

2021년 3월20일 김종철 <한겨레>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변희수 하사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전차를 조종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던, 전차처럼 돌진해 차별의 장벽을 무너뜨리겠다던 변희수 하사는 인터뷰 후 반년쯤 지난 어느 날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그는 소속부대의 허가를 받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군 수뇌부로부터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법원에 부당함을 호소한 후 재판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군의 조처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은 그가 떠난 뒤에야 나왔고, 군은 아직도 그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인터뷰 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던 김종철 기자에게 변희수 하사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후회와 한탄이 밀려와” “가슴을 여러 번 쳤다”고, 인터뷰 후기에 썼다. 인터뷰집 맨 앞 변희수 하사의 이야기는,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어 차별과 혐오에 정면으로 맞선 고인의 삶에 대한 애틋하고 존경 어린 추모사이자, 앞으로 등장할 이들이 변희수 하사처럼 “자기답게 살고 있는” 사람들임을 시사하는 의미심장한 예고편으로 읽힌다.

<각별한 당신>의 저자 김종철은 1989년 <시비에스>(CBS)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1995년 <한겨레>로 자리를 옮겨 2022년 정년퇴임을 하기까지 34년을 기자로 살았다. 퇴임 직전 6년간 <한겨레> 토요판의 ‘김종철의 여기’를 통해 100여명을 인터뷰했는데, 그 가운데 20명의 이야기를 골라 인터뷰집으로 엮어 펴냈다.

그가 만난 각별한 사람들은 자기답게 살기 위해 남다른 길을 선택하길 두려워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 군인이었던 변희수 하사가 그랬고, 대학교수직을 그만두고 작은 마을의 이장이 되어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강수돌씨가 그렇다. 판사를 하다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업하고 소설가로 데뷔한 정재민씨, 유명 국제 콩쿠르의 불공정 행위를 공개적으로 고발하며 영예로운 심사위원직을 미련 없이 그만둔 피아니스트 임현정씨도 있다.

영화 &lt;기생충&gt; 등의 영어 번역가 달시 파켓.
영화 <기생충> 등의 영어 번역가 달시 파켓.

각별한 사람들은 또한 자기다움을 위해 싸우며 살아간다. 최말자씨는 56년 만에 자신이 당한 성폭행 피해를 국가에 따져 묻는 싸움을 하고 있다. <전태일 평전>에 나오는 ‘시다’의 실제 모델인 신순애씨는 1974년 청계피복노동조합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한 후 “목숨 걸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마땅한 권리”를 위해 싸워왔다. 김수억씨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억울하고 불합리한” 현실을 고발하며 오늘도 “비정규직 이제 그만!”이라고 외친다.
민중가수 출신 가수 윤선애.
민중가수 출신 가수 윤선애.

자신을 돌아보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태도야말로 각별한 사람들이 지닌 미덕이다. 스무번째 인터뷰이인 경제학자 정태인씨는 자신을 비롯한 586세대가 한계를 인정하고 하루빨리 “청년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목숨 걸고 데모했던” 민주화 세대는 결국 “상위 10% 부자가 아니면 더 절망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고 오히려 보수 쪽을 강화하는 작용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암 투병 중에도 사회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독립연구자’로서 책무를 놓지 않는 그의 절절한 호소가 책을 덮은 후에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이미경 자유기고가, 사진 사이드웨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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