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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가의 갱스터에서 천체물리학자가 되기까지
하킴 올루세이·조슈아 호위츠 지음, 지웅배 옮김 l 까치 l 1만8000원
가난, 가정 불화, 불안정한 주거, 폭력과 마약, 범죄…. ‘흑인 빈민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곳에서 태어난 누군가에겐 가혹한 현실이다. 다행히도, 천체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의 삶은 어두운 이미지에 박제되지 않았다. 이 책은 1967년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 빈민가에서 ‘제임스 플러머 주니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소년이, 자기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을 만큼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알게 된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그는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앞두고, 아프리카 출신 흑인임을 표현할 수 있는 ‘하킴 올루세이’로 이름을 바꾸었다. ‘지혜롭다’(하킴), ‘신이 행하신 일’(올루세이)이라는 의미다. “운이 좋은 사람에게 찾아온 인생역전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기”를 바란 옮긴이의 뜻은, 어린 시절을 최대한 진실하게 기록하려 노력한 지은이 의도와도 맞닿는다. 올루세이는 강조한다. “나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에서 자라 엘리트 천체물리학자가 될 운명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나의 인생은 어느 방향으로도 펼쳐질 수 있었다.” 고교 시절 문제아로 취급받던 그를 유일하게 지지해 준 담임 선생님이 있었다. 대학원 연구실에서 쫓겨날 것을 각오하고 마약 중독을 고백했을 때 “믿는다” 했던 지도교수가 있었다.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원했을 때, 가입돼 있던 건강보험은 “위급 상황이 아니면 비싼 병원을 가서는 안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자란 그를 재활 치료로 이끌었다. 이처럼 올루세이의 운명은 타고난 재능과 의지로만 결정되지 않았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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