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자의 새로운 진화 강의
“유전자들은 서로의 변형된 사본”
염색체 이동하는 ‘점핑 유전자’ 등
우리가 몰랐던 진화의 메커니즘
“유전자들은 서로의 변형된 사본”
염색체 이동하는 ‘점핑 유전자’ 등
우리가 몰랐던 진화의 메커니즘

시행착오, 표절, 도용으로 가득한 생명 40억 년의 진화사
닐 슈빈 지음, 김명주 옮김 l 부키 l 1만8000원 미국의 고생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닐 슈빈의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는 화석 증거부터 유전자 가위까지, 생명의 진화 과정을 구체적이면서도 종합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대개 우리는 진화가 어떤 체계나 계통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닐 슈빈에 따르면 진화는 “시행착오, 우연과 필연, 우회, 혁명과 발명”의 과정을 거듭하며 일어났다. 좀 더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베끼고 훔치고 변형’하면서 이뤄진 대서사시다. 저자는 새의 깃털이 하늘을 날기 위해, 폐는 동물이 땅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통념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생물의 몸에 생기는 발명은 그것이 관여하는 대변화를 일으킨 계기가 아니었다”고 명토 박는다. 오히려 큰 변화는 “오래된 기관이 새로운 용도로 전용되면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변화의 시작으로 오래전부터 있었고, 옛것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면서 진화는 탄력을 받은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주장은 “몸을 만드는 유전자들은 대개 서로의 변형된 사본들”이라는 사실이다. 진화를 거듭하며 인간의 뇌가 커졌는데, 그 이유는 인간 뇌에만 존재하는 ‘NOTCH2NL' 유전자 때문이다. 이 유전자의 원본은 ‘NOTCH’인데, “파리에서부터 영장류까지 모든 동물에 존재”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만이 NOTCH 유전자를 무한 복제하면서 큰 뇌, 즉 지능을 갖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게놈은 반복과 유전자군 같은 사본들로 가득하고 이런 중복은 발명과 변화의 원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도룡뇽의 사지는 구성 요소를 잃음으로써 진화한다. 이 그림은 진화가 일어나는 동안 서로 이웃하는 뼈들이 어떻게 유합되는지 보여 준다.

도룡뇽은 발생을 늦추거나 멈추어 몸의 형태를 극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일반 파리(왼쪽)와 돌연변이체(오른쪽). 안테나피디아라는 돌연변이체의 이름은 본래 더듬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리가 돋아난 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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