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신민재 독특한 프로젝트
도시화·산업화 그림자와 상처
조각난 땅에도 나름의 쓰임새
“사람들의 욕망·탐욕만이 잘못”
도시화·산업화 그림자와 상처
조각난 땅에도 나름의 쓰임새
“사람들의 욕망·탐욕만이 잘못”

서울의 산업화와 도시화의 그림자 구실을 담당했던 수색동에 위치한 건물의 모습. 집 제공

신민재 건축가의 얇은 집 탐사
신민재 지음 l 집 l 2만2000원 건축가 신민재의 <땅은 잘못 없다>는 “건축 설계자로서의 시선”으로 시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도시의 정체성, 즉 땅과 건물을 중심으로 우리 삶의 자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고찰한 책이다. 특히 저자는 “특이한 조건의 땅에 균형 있게 자리 잡고 있는 건축물”을 두루 답사하면서 “못난 땅이라고 땅을 탓하기보다는 땅이 처한 상황과 조건을 살펴보고 땅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에 집중한다. 저자는 도시 건축의 맹점, 즉 도로가 땅과 건축에 남긴 상처, 택지개발이나 큰 시설의 경계에 남은 땅들이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 등을 두루 짚어내며, 제목처럼 ‘땅은 잘못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땅은 잘못 없다>의 흥미로운 지점은 한 건물에 집중하면서도, 그 건물을 중심으로 일대가 어떤 변화상을 거쳤는지, 향후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를 포착해낸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밀려든 철거민들, 1960년대 초반 연탄공장이 형성된 이유, 1978년 쓰레기 매립장으로 지정된 후 열악해진 환경 등 “서울의 산업화와 도시화의 그림자 역할”을 담당했던 서울 수색동 일대를 “수색동의 모든 길이 지나는” 대림모텔을 통해 풀어낸다. 21세기 들어 수색동 일대도 열악함을 떨쳐내고 있다. 옛 수색역은 없어졌고, 철거 이주민이 희망을 품고 일했던 연탄공장 자리에는 대형 마트가 들어섰다. 악취를 풍기던 난지도의 쓰레기 산은 이제 하늘공원으로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는 명소가 되었다.

시간의 문을 열어주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옛길. 집 제공

냉전의 흔적을 스쳐지나간 서울 이태원동 녹사평대로와 남은 조각 용산구 장문로 1가의 모습. 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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