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지향 서울대 교수(서양사), 김철 연세대 교수(국문학),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정치학), 이영훈 서울대 교수(경제학). 인물사진 <책세상> 제공.
임대식 역사비평 주간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비판
임대식 <역사비평> 주간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책세상 펴냄)을 비판했다. 논리적으로 정반대편에 서있는 신우익과 탈근대의 논리가 ‘개혁’을 거스르는 길에서 서로 만났다고 분석했다. 동거의 접점은 뭘까. 기묘하게 섞이고 뒤틀린 <…재인식>의 실체에 대한 비판이다. 이영훈·김일영 교수 ‘신우익’
박지향·김철 교수 ‘탈근대론’
신우익 ‘성장지상주의’ 는 탈근대가 배척하는 핵심
이종결합의 고리는 ‘탈민족’
“친일·식민·독재 과거사 정리 반대” 한목소리 최근 발행된 <역사비평> 봄호 머리말에서 임 주간은 <…재인식> 필자들을 두 부류로 나눴다. 신우익(뉴라이트)과 탈근대론자다. 4명의 편집위원 가운데 이영훈 서울대 교수와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가 신우익, 박지향 서울대 교수와 김철 연세대 교수가 탈근대론을 대표한다. 임 주간은 “세가 약하면 적과도 동침할 수 있지만 …극단에 위치한 두 기조는 결코 상통하기 어려운 것인데도 기묘하게 연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가 보기에 <…재인식>은 신우익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에 탈근대론자들이 결합한 것이다. 탈근대론의 함의를 이해하면 임 주간의 지적에 금세 공감할 수 있다. “근대적 인식을 극복·해체하자는 탈근대가 어떻게 근대의 주류이념인 경제성장지상주의의 신우익과 결합하고 연대할 수 있을까? 성장지상주의는 탈근대가 지양하려는 핵심대상이다.” 임 주간은 이를 ‘이종(異種)결합’이라고 부른다. 탈근대론은 원천적으로 ‘전체적 역사상’을 거부한다. 반면 경제성장주의는 “이미 우리가 독재시대의 교과서에서 보아온 그 역사상을 갖고 있다.” 임 주간은 신우익과 구우익의 차별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다. “신우익의 주장과 조갑제·한승조의 주장에 크게 다른 점이 없다.” 다만 “친미반공과 독재의 역사를 적극 해석”했던 구우익에 더해 신우익은 “친일과 식민의 역사까지 적극 해석한다.” 그는 바로 이 대목에서 ‘이종결합’을 가능케 했던 한가닥 고리를 발견한다. ‘탈민족’이다. “대체로 우익은 민족적인데, 한국의 우익은 친일과 식민의 역사 때문에 반민족적이다.” 일본의 새역모는 민족 주체적 역사상을 구축하려 하지만, “‘한국판 새역모’라 할 교과서포럼은 반민족·비주체적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다른 논리를 구사하는 양자는 친일·식민·독재의 과거사 정리를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입장을 같이 한다.”
<…재인식>은 그 연대의 성과물이다. 과거사 문제 해결을 기득권 구조의 붕괴와 동일시하는 주류언론과 보수세력이 환호작약하고 있는데, 임 주간은 ‘너무 좋아할 일 아니다’고 말한다. “아직도 대부분의 보수인사들에겐 반일민족주의 정서가 강하게 남아 있다. 신우익이 탈민족을 강조해 탈근대의 일부와 연대했지만 반대로 대중적 고립을 자초할 가능성도 있다.” 임 주간은 <…재인식>이 ‘반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한다. “(필자들의) 주관적 의도와 관계없이 <…재인식>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 최악의 귀결은 “구체제와 구 이념으로의 복귀라는 반동”이다. 그는 “<…재인식>에 동원된 탈근대론자들”에게도 충고를 보냈다. 보수언론이 단골삼아 이들을 인용하는 것에 대해 “흔히 자기의 본뜻이 아니니 개의치 않겠다고 말하는”데, “<…재인식>이 어떤 의미로 해석될 지 몰랐다면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정치적 판단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장주의 일변도의 근대적 추세를 상대화하는 데 일조해야할 탈근대론자들 일부가 지극히 근대적인 기득권 세력의 반동 캠페인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 가장 아쉽다”는 것이다. <역사비평>을 발행하는 역사문제연구소는 <…재인식>이 과녁으로 삼은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산실이다. 임 주간은 “80년대 <해전사> 필자 가운데 민족·민중·혁명 따위의 화두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이는 천연기념물같이 희귀해졌다”며 “<…재인식> 프로젝트는 실재를 과장하고 역사문제연구소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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