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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회복·위로·호젓함, 그에 맞는 나무가 있죠”…‘경주 나무’ 답사기

등록 2022-11-30 18:57수정 2022-12-01 00:41

한국고전문학 연구자 김재웅 교수
3년 만에 새책 <나무 따라 경주 걷기> 등
경주 안강읍 흥덕왕릉 비석 받침돌이다. 김 교수는 이 돌 뒤에서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왕릉이 “정말 멋지다”고 감탄했다. “머리를 살포시 들고 등에는 거북 문양이 새겨져 있는 받침돌이 소나무 숲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 같아요.” 김재웅 교수 제공
경주 안강읍 흥덕왕릉 비석 받침돌이다. 김 교수는 이 돌 뒤에서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왕릉이 “정말 멋지다”고 감탄했다. “머리를 살포시 들고 등에는 거북 문양이 새겨져 있는 받침돌이 소나무 숲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 같아요.” 김재웅 교수 제공

“경주는 천년고도의 문화유산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와 숲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생태문화의 현장입니다 . 아름드리나무와 숲은 생태문화 도시 경주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죠.”

최근 <나무 따라 경주 걷기>(마인드큐브)를 펴낸 한국 고전문학 연구자 김재웅 경북대 교양교육센터 초빙교수의 ‘생태여행지 경주’에 대한 설명이다. 3년 전 <나무로 읽는 삼국유사>를 내기도 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월성과 동궁, 월지, 남산, 토함산, 선도산, 소금강산, 오봉산, 함월산, 신라 왕릉 등 경주와 주변 곳곳의 아름다운 나무와 숲에 얽힌 이야기를 전한다. 소나무 네 그루가 병풍처럼 감싼 법흥왕릉의 뒤태를 보고는 “그 자연스러운 곡선미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감탄했고 해송과 적송이 어우러진 탈해왕릉 소나무숲에선 ‘해양이주민’ 탈해왕이 토착민과 섞이며 협력한 역사를 떠올렸다. 신라 시조인 박혁거세 탄생 신화의 태자리인 나정에서 보는 소나무숲이나, 조류에 흔들리는 바닷속의 해초처럼 구불구불한 흥덕왕릉 소나무들도 저자의 마음을 격하게 흔들었다.

소나무 사이로 법흥왕릉이 보인다. 김재웅 교수 제공
소나무 사이로 법흥왕릉이 보인다. 김재웅 교수 제공

신라 왕궁터인 월성의 뿌리가 드러난 소나무 앞에서 김재웅 교수가 사진을 찍고 있다. 김재웅 교수 제공
신라 왕궁터인 월성의 뿌리가 드러난 소나무 앞에서 김재웅 교수가 사진을 찍고 있다. 김재웅 교수 제공

2002년에 나무공부 모임 ‘나무세기’를 만들어 회원들과 함께 경주 나무 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저자에게 지난 25일 에스엔에스(SNS)로 가장 좋아하는 경주 나무여행지를 묻자 월성과 계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월성은 다양한 나무들이 자신의 기질대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폐허로 방치된 월성의 나무 사이로 산책하면 천 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계림은 김알지가 탄생한 신화의 숲일 뿐만 아니라 천천히 산책하기에 가장 적당한 규모이죠. 두 곳은 아무런 준비 없이 그냥 천천히 걷다 보면 나무와 대화하고 나를 성찰하는 사색의 시간을 갖기에 적당하죠.”

천년 고도의 나무와 생태를 잘 즐길 수 있는 ‘노하우’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여행자 기분에 따라 시기와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예컨대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다면 겨울에 수운 최제우 선생이 동학을 창도한 용담정의 편백나무 숲을 산책하면 한결 좋아질 겁니다. 외로움을 떨쳐버리고 싶다면 여름날 새벽에 석굴암 가는 길을 천천히 산책하면 나무와 숲이 위로해 줄 겁니다. 호젓한 산책을 좋아하면 진덕여왕릉의 솔숲을 거니는 것도 좋죠.”

계림 모퉁이에서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격렬하게 포옹하고 있다. 김재웅 교수 제공
계림 모퉁이에서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격렬하게 포옹하고 있다. 김재웅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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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따라 경주 걷기> 표지.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이사장도 지낸 그는 이번 책을 활용해 ‘불국사에서 나무 보물 열 그루 찾기 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단다. “불국사를 산책하면 나무 보물을 아홉 그루 찾을 수 있어요. 마지막 한 그루는 ‘내가 나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 만 찾을 수 있죠.”

나무 공부가 역사 이해에 어떤 도움을 주는냐는 질문에는 “나무 공부는 역사뿐만 아니라 문학, 철학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역사는 ‘기록된 자료’ 인 사료에 의지한다면 나무는 ‘문학적 상상력’ 이나 ‘생태적 상상력’ 을 통해 기록된 자료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어요. 나무 공부가 인문학으로 확장하면 인문학 융복합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죠.” 그는 다음 책은 <나무로 읽는 춘향전>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책에서 경주 생태 보전에 관에서 좀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경주 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라 천년고도의 문화유산과 함께한 문화유산이기도 해요. 그래서 ‘나무이름표’ 를 달아주는 게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나무 이름을 알아야 문화유산과의 연관성을 이해할 수 있잖아요. 나무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지치기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나무가 본성대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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