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영문학자 김욱동 명예교수
![김욱동 교수 저서 목록엔 <탈춤의 미학>이나 <광장을 읽는 7가지 방법> 같은 책도 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영문학 연구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영문학이 한국문학이나 우리 문화를 풍요롭게 할 때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김욱동 교수 제공 김욱동 교수 저서 목록엔 <탈춤의 미학>이나 <광장을 읽는 7가지 방법> 같은 책도 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영문학 연구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영문학이 한국문학이나 우리 문화를 풍요롭게 할 때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김욱동 교수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80/591/imgdb/original/2023/0103/20230103503373.jpg)
김욱동 교수 저서 목록엔 <탈춤의 미학>이나 <광장을 읽는 7가지 방법> 같은 책도 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영문학 연구만으로는 의미가 없고 영문학이 한국문학이나 우리 문화를 풍요롭게 할 때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김욱동 교수 제공
![<궁핍한 시대의 한국문학> 표지. <궁핍한 시대의 한국문학> 표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00/579/imgdb/original/2023/0103/20230103503310.jpg)
<궁핍한 시대의 한국문학> 표지.
![김 교수가 옮긴 책들. 그는 번역서 출간 과정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제가 번역을 끝낸 뒤 출판사 쪽에 출판 의향을 타진합니다. 대개는 다 받아주더군요.” 김욱동 교수 제공 김 교수가 옮긴 책들. 그는 번역서 출간 과정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제가 번역을 끝낸 뒤 출판사 쪽에 출판 의향을 타진합니다. 대개는 다 받아주더군요.” 김욱동 교수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00/895/imgdb/original/2023/0103/20230103503308.jpg)
김 교수가 옮긴 책들. 그는 번역서 출간 과정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제가 번역을 끝낸 뒤 출판사 쪽에 출판 의향을 타진합니다. 대개는 다 받아주더군요.” 김욱동 교수 제공
‘세계문학전집’ 15권 옮겨 최다 번역
1985년부터 영·미 문학 30여권 소개
번역이론 연구 등 100권 가까이 저술 최근 ‘궁핍한 시대의 한국문학’ 펴내
“선배 번역가들 세계문학 열망 살펴”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 연구로 1981년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가 직접 번역에 뛰어든 데는 “책(기존 번역서)을 읽을 때마다 무슨 말인지 몰라 답답했기 때문”이란다. “제가 번역을 시작할 때는 일본어 번역에 의존한 번역서들이 많았어요. 오역이 너무 많아 내가 직접 나서자고 생각했죠.” 그 역시 중역한 책이 한 권 있다.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2018)이다. “이 소설을 한국어로 처음 옮긴 이윤기(1947~2010) 선생이 삼중번역을 했거든요. 그리스어에서 프랑스어, 영어를 거쳐 번역된 책이라 프랑스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영어 번역본을 옮기면 좋겠다고 생각해 도전했죠. 마침 제 번역서가 나올 무렵 한국에도 그리스어 원전 번역서가 나왔죠.” 그는 일제강점기 김억이 그랬듯 실제 번역은 물론 번역이론 공부에도 줄기차게 관심을 쏟고 있다. 이론은 번역에 도움이 될까? “번역이론을 알아야 번역 오류도 줄일 수 있어요. 이론은 번역과 상호보완적이죠.” 그는 예를 하나 들었다. “번역이론 중에 자국화와 이국화란 개념이 있어요. 전자는 원천 텍스트를 우리 문화권에 맞게 옮기는 것이고 후자는 낯설지만 외국문학 작품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죠. ‘엎어진 우유 보고 울어도 소용없다’는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 이국화, 우유 대신 물로 바꾸면 자국화죠. 저는 세계문학 담론을 공부한 뒤로는 자국화에서 이국화 번역으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원천 텍스트에 담긴 문화를 살려주는 게 좋은 번역이라고 본 거죠. 번역이론을 공부해서 그런 의식이 가능했죠.” 그는 “번역도 비판이 오갈 때 발전이 이뤄진다”고 본다. 그가 <채식주의자> 번역의 오류를 낱낱이 밝힌 것도 그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의 현재 번역 수준을 묻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국문학번역원 설립 뒤 이 기관에서 옛날보다 확실히 좋은 작품이 번역되고 있어요. 그래도 가끔 오역이나 졸역이 있어요. 양질의 번역가 양성에 정부나 민간기관이 더 노력해야죠. 번역은 문화를 옮기는 것이라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죠.” 번역에서 외국어와 모국어 능력을 굳이 하나 꼽으라면 모국어를 택하겠다는 그는 가장 좋아하는 번역가로 고 이윤기 작가를 꼽았다. “비록 <장미의 이름> 같은 작품은 이탈리아어를 중역했지만 모국어 구사력이 뛰어나 번역에 힘이 있어요.” 그는 “가장 좋은 번역은 원작의 내용을 손상하지 않고 그 작품의 스타일이나 향기도 함께 옮기는 것”이라면서 “번역에도 유통 기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합니다. 새로운 언어가 계속 생기잖아요. 젊은 세대의 언어는 앞세대와 다르죠. 제 생각에 번역의 유통기한은 10년 같아요. 번역 언어가 낡았으면 새로 옮겨야죠. 물론 출판사에서는 잘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40년 가까이 번역 활동을 해온 김 교수는 번역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한 언어와 다른 언어 어휘에는 등가가 존재하지 않아요. 그 단어들을 저울로 달아보면 반드시 기웁니다. 예컨대 우리말 ‘눈치’에 딱 맞는 다른 언어의 말을 찾을 수 없어요. 영어 센스(sense)로 옮기지만 똑같지 않아요. 그래서 독일 철학자 빌헬름 폰 훔볼트는 ‘번역 불가’를 이야기했죠. 번역가는 다만 차선을 향해 꾸준히 노력해야 오역을 줄일 수 있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곧 나올 책에 대해 물었다. “정지용 김소월 이태준 최인호 김내성 등 영문학의 영향을 받은 한국 작가들을 살핀 책과 일제 때 문학비평가 최재서를 다룬 책이 올해 나올 것 같아요. 최재서는 친일행적도 충분히 다뤘죠. 또 미국 작가인 리처드 라이트의 소설 <네이티브 선>을 지금 번역하고 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번역을 묻는 질문에는 <앵무새 죽이기>를 꼽았다. “번역에 공도 많이 들였고 너무 감동적이라는 독자 편지도 많이 받았어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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