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채 지음 l 문학동네 l 2만5000원 서영채(62) 평론가가 10년 만에 네번째 평론집을 냈다. 제목 <우정의 정원>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만든 ‘정원 공동체’에서 변주된 말로 땀과 음식, 지식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 케포이필리아를 이른다. 케포이필리아에서 응당 함께 마시는 공기가 서영채 말로 ‘우정’이고, 에피쿠로스 눈에는 ‘지구적 인간애’(필란트로피아·박애)다.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유물론자의 공간”이 바로 우정의 정원인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흡입되는 ‘문학장’의 공기가 그러하다. 어서 한 챕터 한 모금의 공기부터 들이켜보자. 생뚱맞지만 넷플릭스 드라마를 시청하게 됐다는 그의 고백부터. 교수이자 한국 중장년 남성으로 잘 보지 않던 드라마에 처음 매료된 작품이 <나의 아저씨>(2018)다. (동료가 평론가의 평을 요청하기에 보게 됐으나, 이제 그는 케이(K)-드라마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자락에 깐 채 “기대하고 누리고 음미”한다.) 드라마의 극적 장치였던 ‘도청’은 진정성의 극과 극을 연결짓는다. 나아가 서정시를 읽는 양식에 “독백과 도청의 형식”이 있다는 그의 견해는 감성적 수사로 더 논리적이 된다. “혼자 중얼거리는 시인, 그것을 우연히 듣게 된 독자라는 틀”. 시의 턱이 낮아지고, 드라마의 격이 높아지는 순간이랄까.

서영채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 2017년 12월 <한겨레>와 인터뷰하던 때.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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