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맞은 세계화
죠지 몬비오 지음. 황정아 옮김. 창비 펴냄. 1만5000원
죠지 몬비오 지음. 황정아 옮김. 창비 펴냄. 1만5000원
잠깐독서
세계화를 도둑맞았다?
제목부터 섹시하다. ‘세계화’라는 단어는 김영삼 정부가 미국에 떠밀려 쌀 개방을 하기 위해 유포한 지 10여년 만이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도둑질했으며, 세계화라는 것이 우리 것이긴 했는가. 그리고 만약 우리 것이어야 했다면, 다시 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한다는 말인가.
<도둑맞은 세계화>의 저자는 영국의 진보신문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이자 <사로잡힌 국가>의 저자인 죠지 몬비오다. 옥스퍼드, 이스트런던 등 여러 대학에서 철학부터 환경공학을 아우르는 분야서 초빙교수 및 연구원으로 지낸 그는 현 세계 체제를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매우 다채롭고 분석적으로 파헤친다. 그는 이 책에서 현 시대를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억압하는 ‘강압의 시대’라 규정하고, 유엔·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세계무역기구(WTO)·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등이 얼마나 강대국의 이익에 맞춰 작동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부유한 나라에 사는 한줌도 안되는 인간들이 바로 이 기구들을 통해 가로챈 ‘지구적 권력’을 이용해 ‘세계화’를 도둑질했다고 역설한다. 그는 또 ’세계화’에 반대해 현재 진행되는 ’반세계화’ 또는 ’지역화’ 운동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국민국가 틀 안에서는 지구적 민주주의는 이룰 수 없으며, 자유무역을 폐지한다고 해서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진정한 세계화’를 위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한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세계의회, 무역적자를 자동으로 없애주고 채무 축적을 예방하는 국제청산동맹, 가난한 나라에 유리한 무역의 기회를 주는 공정무역기구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구들은 그가 처음 고안한 것이 아니라 기존 해법을 세련되게 다듬은 것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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