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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9세기 불꽃튄 전류전쟁

등록 2006-03-09 20:42수정 2006-03-10 17:39

빛의 제국<br>
질 존스 지음. 이충환 옮김. 양문 펴냄. 2만3500원.
빛의 제국
질 존스 지음. 이충환 옮김. 양문 펴냄. 2만3500원.
날밤 새며 시뮬레이션게임 심시티 시리즈를 해 본 사람은 안다. 전기 끊긴 심시티 시민들의 아우성을. 불꺼진 서울의 아비규환보다 손수 발전소와 송전탑을 세운 사이버 세상의 비극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에디슨, 웨스팅하우스, 테슬라. 자신의 에너지를 최대치로 방전하며 전기 제국을 꿈꿨던 사람들. 이들에게 19세기 말 뉴욕은 자신만의 심시티였다.

에디슨 백열전구가 이제 막 세상을 달구기 시작하던 1879년. 당시 에디슨 연구실이 있던 멘로파크를 두고 뉴욕 헤럴드는 이렇게 전한다. “이탈리아 가을의 부드러운 석양처럼 아름다운 빛이 나온다.” 인공이 자연을 탐하는 그 저릿함에 사람들은 감전된다. 그러나 이 고상한 오렌지빛은 10년 뒤 ‘전류전쟁’의 한복판에서 살 타는 냄새와 함께 전기의자 스파크로 첨예하게 튀어 오른다. 직류전기를 촉매로 도시의 밤을 낮으로 바꾸는 연금술에 빠졌던 에디슨에게 감전사 위험이 있는 교류로 세상을 밝히려는 웨스팅하우스, 테슬라는 ‘단전’시켜야 할 대상이었다.

직류-교류 싸움은 에디슨이 사형집행용 전기의자에 교류를 쓰자고 주장하면서 극에 달한다. 반면 ‘송전 범위 반마일’이라는 직류의 치명적 약점은 감춰진다. 과학의 수사학이 전위를 맡은 공방전 뒤엔 세 사람의 자존심과 백열등을 닮은 황색 언론, 맹아기 전력산업을 선점하려는 월가의 투자자들이 있음은 물론이다. 사람을 대신해 감전사 실험에 동원된 개와 소, 말은 그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한때 미국 발전량의 5분의 1을 담당한 교류발전소가 나이아가라 폭포에 들어서면서 마침내 교류는 승리의 빛을 작열한다.(웨스팅하우스가 전류전쟁에선 이겼지만 전기 세례를 받은 백색가전에선 결코 에디슨의 GE를 따라잡지 못한다)

밤을 불야성의 유희공간으로 만든 딱 그만큼, 빛은 밤하늘 별을 이정표 삼던 시대를 앗아갔다. 자본은 발빠르게 낮의 노동을 밤까지 연장했다. 그리고, 포장마차에서도 할로겐 램프가 반짝이는 이 땅에서 전기의 영광은 체제의 우월성을 알리는 한 밤의 위성사진에 음화된다. 제국이 늘 그렇듯 빛 역시 힘에 기대어 뻗어나간다.

‘빛의 제국’이라는 표제보단 전류전쟁이 어울린다. 알 품던 어린 에디슨을 기억하는 사람에겐 그의 집요한 이면이 꽤나 흥미롭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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