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은 소설 <이상한 연애편지>
“네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네 존재가 여태 내가 살아온 이유이다. 나는 이 성 안에서 거의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내 방에서 나가지도 않았다. 네가 오고 있으니, 계단을 오르고 있으니, 나는 내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의 부조리와 명예보다 네 발자국 소리에 내 심장이 뛰었다.”
김다은씨의 소설 <이상한 연애편지>(생각의나무)의 중심에는 한 통의 편지가 놓여 있다. ‘내 내밀한 사람에게’라는 제목의 이 편지를 쓴 이는 시인이자 교수이며 무엇보다 바람둥이인 다니엘. 그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우르공 성에서 열리는 ‘편지 축제’에서 이 편지를 공개 낭독하고 그 얼마 뒤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다. 편지 축제는 문인과 예술인, 학자 등이 모여 ‘편지의 왕’을 뽑는 행사. 다니엘의 감미로운 편지는 뭇 여성들의 가슴을 사로잡고, 저마다 자신이 편지의 수신인이라 믿는 여성들이 다니엘의 편지를 손에 넣으려 암투를 벌이는가 하면, 편지의 왕으로 뽑혀 우르공 성의 상속권을 차지하려는 다툼도 치열해진다.
편지 축제를 취재하고자 현지에 간 한국의 인터넷신문 기자인 나리는 뜻밖에도 다니엘의 적극적인 구애의 대상이 되면서 사건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든다. 사건은 17세기에 쓰여진 의문의 편지와 그 편지가 초래한 죽음의 행렬, 그리고 그 행렬의 뒤끝에서 몸을 버리고 뇌만을 인터넷 공간에 살려 놓은 ‘두뇌 인간’의 출현과 같은 다채로운 양상으로 발전한다.
소설은 문제의 연애편지를 비롯해 모두 58통의 편지로만 이루어졌다. 소설 한 편을 온전히 편지들로만 구성하는 형식적 실험, 그리고 사랑과 죽음, 질투와 살인이 몸을 섞는 추리적 기법의 동원 등에서 작가의 의욕이 짐작된다. 작가 김다은씨는 편지, 특히 작가들의 편지 역시 문학장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논문’을 작가 후기로 써서 책 말미에 붙였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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