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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학상 최진영 “나를 쓰게 하는 강한 동력인 ‘사랑’ 전하고 싶었죠”

등록 2023-01-27 14:33수정 2023-01-30 09:45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최진영 작가
말기암 여성의 새 ‘삶’ 준비 다룬 ‘홈 스위트 홈’
우수상에 김기태·박서련·서성란·이장욱·최은미

수상작품집은 이달 중순 출간
논란됐던 저작권 침해 조항 삭제
최진영 작가. 창비 제공
최진영 작가. 창비 제공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최진영 작가의 ‘홈 스위트 홈’이 선정됐다. 상금 5천만원이 주어지며, 우수상을 받은 작품들과 함께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으로 다음달 중순 출간될 예정이다.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은 27일 최 작가의 ‘홈 스위트 홈’을 46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상금 500만원이 주어지는 우수상에는 작가 김기태의 ‘세상 모든 바다’, 박서련의 ‘나, 나, 마들렌’, 서성란의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이장욱의 ‘크로캅’, 최은미의 ‘그곳’이 선정됐다. 최 작가는 그간 우수상에도 오른 적이 없이 대상을 받았다.

심사위원회는 “수상작은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장소의 기억’ 만들기를 절묘하게 서사화하고 있다”며 “이 작품에서 집은 현재의 삶을 과거의 시간과 연결하고 먼 과거의 일들을 현재로 끌어와 회상할 수 있도록 만들며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다채로운 기억들은 인간의 삶에 내재하는 심오한 존재론적 의미와도 맞닿게 된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최진영 작가(42)는 2006년 등단해, 장편 <끝나지 않는 노래> <나는 왜 죽지 않았는가> <구의 증명> 등을 썼으며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2010년 한겨레문학상, <겨울방학>으로 2020년 백신애문학상, <이제야 언니에게>로 2020년 만해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 작가의 ‘홈 스위트 홈’은 지난해 가을 <현대문학>에 실렸던 작품으로 말기암 여성이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시골의 폐가를 구해 수리하면서 새 ‘삶’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새 삶은 결국 죽음이겠으나, 여성은 생애 처음 시간과 공간의 구체성을 띤 기억을 이 집에서 ‘짓게’ 된다.

심사 최종심을 주재했던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문학평론가)은 이날 열린 시상식 기자간담회에서 “오랜 창작 과정, 짤막한 얘기지만 잘 짜진 구성, 치밀하고도 감각적인 문체는 요즘 소설에서 보기 드문 미덕이었다”고 덧붙였다.

제46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최진영 작가(가운데)와 임지현 문학사상 대표(왼쪽), 권영민 &lt;문학사상&gt; 주간. 문학사상 제공
제46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최진영 작가(가운데)와 임지현 문학사상 대표(왼쪽), 권영민 <문학사상> 주간. 문학사상 제공

최진영 작가는 “소설을 통해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며 “(사랑은) 나를 쓰는 사람으로 살게 하는 강한 동력이고, 죽어 가면서 살아가는 존재로서 남기고 싶은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사회적 연대와 자신도 모르는 채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지구적 인연를 강조했다. 스스로 젠더 이슈나 기후위기 등에 관한 사회적 발언을 작품 등을 통해 많이 하고 있는 최 작가는 이날 “지금 현대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고 내 이웃, 가족, 나의 일이기에 그런 발언들을 하는 것에 전혀 부담을 느낀 적은 없다”며 다만 “(발언 후) 공허함을 많이 느낀다.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게 내 정신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하고, 무너질 모래성이라도 계속 쌓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사위는 지난 한해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을 대상으로, 200여편의 작품들 가운데 16편이 본심에 올랐고, 최은미, 이장욱, 최진영 작가의 작품을 두고 최종 논의가 진행됐다.

권 주간은 “심사회의를 하고 점심 전 결론을 내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본심 후보작들의 특징으로 △2000년대 이후 등단작가가 다수인 점 △90년대 활동 작가들은 후보작에도 못 오른 점 △대다수가 여성 작가인 점 △단편 길이가 훨씬 짧아진 점 △성소수자를 다루는 등 과거에 견줘 파격적 소재 폭을 꼽았다.

이상문학상은 수상작품집 출간 과정에서의 작가 저작권 침해 논란과 함께 2020년 44회 수상자들이 집단 수상 거부하는 사태로 진통을 겪으며 출판권과 저작권에 대한 내부 규정을 대폭 개정한 바 있다. 문학사상은 과거 대상을 받은 작가의 수상작품에 요구 적용했던 ‘저작권 3년 양도’ 조항을 논란 뒤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수정했고, 올해엔 이조차 폐기했다.

최 작가는 “작가들에게 이로운 계약서의 표본이라 할 정도로 깨끗하고 단정한 계약서를 받았다”며 “누군가 먼저 움직이고 목소리 내 바꿔놓은 이 밥상을 그냥 먹어도 되나 마음 한켠 죄책감이 있고 그때 목소리를 내준 작가들이 없었다면 이 상을 받을 수도 없지 않았을까 한편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상식 기자간담회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저작권 침해 논란으로 2020년 선정이 보류된 이후 2021년 44회 대상 이승우 작가의 ‘마음의 부력’, 2022년 45회 대상에 손보미 작가의 ‘불장난’을 선정했고, 작품집도 출간해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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