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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화학농법 벗어나자…농민운동이 말하라

등록 2006-03-10 17:52수정 2006-03-10 18:03

녹색평론 “낡은운동은 그만” 근본적 전화 촉구
한국 농민운동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하는 글이 나왔다. 진작에 누군가는 제기했어야 하는 문제를 박승옥 시민발전 대표가 용기있게 말했다. <녹색평론> 3·4월호에 ‘식량재앙, 에너지 위기, 한국의 농민운동’이란 글을 실었다.

농민운동이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는 게 뼈대다. 농약투성이 농산물로 우리의 식탁을 채우면서, 농업개방에 대해선 ‘대중동원형 폭력시위’로 반응하는 방식으론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전농 ‘친환경 가족농’ 강령
실천부터 하라
“학교급식 유기농 전환”
먹거리 연대해야

한국 농민운동의 가장 큰 문제는 대안제시 능력의 부재다. 격렬한 시위와 숱한 죽음으로 저항했지만, “이제 활력을 잃고 낡고 늙은 운동으로 전락해 버렸다.” 농민들의 생존권 투쟁은 ‘나이 많은’ 농민들의 불쌍한 항변 쯤으로 치부되고 만다. 농민에 대한 사회적 동정은 있지만 농민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연대는 없다. 지금 농민운동은 “도시인과 젊은이, 그리고 미래 전망으로부터 소외된 고립무원의 상태에 갇혀 있다.”

농업시장개방의 압력 앞에 농민들은 죽음으로 맞섰다. 그러나 농민운동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31일 낮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농민대회중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고 전용철, 홍덕표씨의 범국민장 모습.  탁기형 선임기자 <A href="mailto:khtak@hani.co.kr">khtak@hani.co.kr</A>
농업시장개방의 압력 앞에 농민들은 죽음으로 맞섰다. 그러나 농민운동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31일 낮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농민대회중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고 전용철, 홍덕표씨의 범국민장 모습.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박 대표는 긍정과 대안 모색의 농업·농민운동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했다.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일반시민들도 공감하는 새로운 농촌공동체 건설과 긍정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안의 핵심은 안전한 먹을거리 문제를 중심으로 사회적 연대를 이루는 일이다.

“오늘날 세계화의 경쟁력 이데올로기를 밑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의제는 먹을거리의 안전성이다.” 그리고 이 문제로부터 농민운동의 전환, 한국 농업의 전망 마련, 나아가 풀뿌리 민주주의 회복 등의 과제가 줄줄이 풀려나온다.

안전한 먹거리는 ‘햇빛 농업’에서 나온다. 박 대표는 농민운동에게 묻는다. “대규모 화학농법으로 만든 먹을거리는 거의 독극물 수준이라고 농민운동이 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자신부터 (화학농법의) 그런 생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대목에서 박 대표는 농민운동을 대표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을 질타한다. “환경보전형 농업·전업적 가족농 등 전농의 강령에까지 나온 한국 농업의 대안을 위해 어떤 기획을 하고 어떤 실천을 했나?” 이어 제안한다. “농민운동이 반미투쟁을 중심으로 하느냐 반정부투쟁을 중심으로 하느냐는 문제는 핵심이 아니다. 그런 투쟁에 앞서 대안의 실천을 자신부터 시작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제 거대한 귀농의 물결을 조직해야 한다. 숨막히는 도시노예를 벗어나 자유로운 노동의 연대를 꿈꾸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대이동을 준비해야 한다.”

도로를 점거한 폭력시위 대신 “군대급식과 학교급식을 유기농으로 바꾸라고, 국방부와 교육부 앞에서 평화연좌시위와 공연을 하자”고 말한다. 여기에 노동조합과 연대해 기업급식까지 유기농으로 바꾸면 “초중고 400만명, 대학생 250만명, 공무원 140만명, 군인 60만명 등이 모두 ‘햇빛농업’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박 대표의 글이 실린 <녹색평론> 3·4월호는 서문에서 “전농을 중심으로 한 ‘주류’ 농민운동과 이것과는 별개의 길로 평행하여 달려온 ‘유기농 직거래운동’이 더이상 서로의 존재를 외면해선 안된다”고 적었다. 여기에 농민운동에 대한 노동운동의 전향적 관심과 적극적 참여를 요구했다. 아울러 노동운동에 대한 농민운동 내부의 냉소적 시각에 대해서도 전환을 주문했다. 노동운동, 시민운동, 농민운동 관계자가 한자리에 앉은 특집 좌담을 함께 실었다. 농민운동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작은 모색이 시작됐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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